
“동진공화국 만세! 형이 집으로 돌아왔다.”
1945년 8월, 해방의 감격을 담은 한 시민의 빛바랜 일기장 속 한 구절이다. 비록 ‘동진공화국’이 당시 떠돌던 가상의 국가명이었을지라도, 그 안에 담긴 희망과 감격은 진짜였다.
12일 오후,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광복절’을 찾았다. 터널을 연상케 하는 전시장 입구를 지나자, 80년의 세월을 가로지른 광복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엄숙한 공기 속 방문객들은 기록물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고개를 숙이고 까치발을 들며 전시에 집중했다.
딸과 함께 전시를 찾은 김수연(41)씨는 “최근 아이와 함께 한국사 시험을 준비했는데, 책에서만 보던 역사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며 “해방 직후 시민들이 실제 사용했던 태극기나 기념품을 보니 아이가 더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이채은(12)양은 “학교에서 배울 역사를 미리 접하고, 광복절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왔다”며 눈을 반짝였다.

특별전 이름은 ‘우리들의 광복절’로 총 3부로 구성돼 광복절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부 ‘광복절의 기록’에서는 제1회 경축식 자료부터 역대 기념사를 통해 광복절이 국가 의례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 ‘광복절의 기억’은 해방 직후의 문학 작품과 영화, 통일을 염원한 예술을 통해 대중문화 속에 재현된 광복의 의미를 탐색한다. 3부 ‘광복절의 추억’은 시민들이 기증한 기념품과 사진들을 각자의 사연과 함께 전시하며, 광복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따라간다.

전시장에서 만난 대학생 박성빈(23)씨는 “광복절과 관련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어 유익했다”며 “특히 시민들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전시품들을 보며 광복이 나와 무관한 과거가 아님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노고를 기리고, 우리 모두의 축제인 광복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1월9일까지 진행된다. 무료 관람으로 관람 시간은 휴관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6시 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