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의 기억, 7.6%의 약속 - 교회의 첫걸음이 지구를 바꾼다

7%의 기억, 7.6%의 약속 - 교회의 첫걸음이 지구를 바꾼다

글‧김종우 (사)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

김종우 (사)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

2020년 봄, 세상이 멈췄다. 하늘길이 닫히고, 배가 들어오지 않았다. 도심의 거리는 텅 비었고, 공장과 학교, 예배당의 문이 함께 닫혔다. 사람들은 서로를 피해 걸었고, 마스크 너머로 눈빛만 오갔다. 모임과 행사가 사라지고, 여행 계획은 모두 취소됐다. 당연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멈췄다.

국제적인 교류도 멈춰버렸다. 몽골처럼 생필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나라에서는 코로나가 단순한 이동 제한이 아니라 생존의 위기였다. 한국에서 코로나 키트가 의약품과 방역을 위한 것이라면, 몽골에서는 밀가루와 식용유처럼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생필품이 더 절실했다.

그렇게 전 세계가 예기치 못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맑은 하늘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 숨 고르기는 결코 값싼 대가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하늘길이 닫히고, 공장이 멈추고, 우리의 일상이 얼어붙은 끝에야 가능했던 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7% 줄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9년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려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평균 7.6%씩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시기의 7%는 우리가 매년 이루어야 하는 변화와 거의 같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 고통스러운 7%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삶을 멈추는 일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야지”, “노력해야지” 하면서도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맞이한다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지속가능한 지구와 다음 세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다. 국제사회는 이미 방향을 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는 ‘Fit for 55’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재생에너지 전환과 산업 혁신에 투자하고 있고,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중국은 2030년 이전 배출 정점을 선언했다. 한국 역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계획도 결국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동반해야만 실현된다.

앞으로 필요한 건 강제된 멈춤이 아니라 자발적 멈춤이다. 불편을 감수하고, 소비를 줄이고, 속도를 늦추는 일. 그러나 이런 결단은 개인 혼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의지하며 걸어갈 동반자가 필요하다.

나는 이 시대에 행동할 수 있는 좋은 공동체가 교회라고 믿는다. 교회는 같은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하며, 서로의 삶을 지켜보는 관계다. 한 사람이 지쳐 멈추려 할 때 옆에서 걷는 이의 발걸음이 다시 용기를 준다. 새로운 시도를 함께 고민하고, 작은 변화를 함께 기뻐하며, 실패마저도 나누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오래 걸리는 길이기에 교회의 연대와 생활 속 실천은 그 어떤 제도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 무언가 행동하기 위해 완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태 복원과 탄소 감축을 위해 나무를 심는 일,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 기후위기에 대한 설교와 교육을 시작하는 일, 그 무엇이든 교회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함께 모여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다 보면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훌륭한 실천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작은 씨앗 같은 행동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숲이 되고, 하나의 목소리가 백 개의 목소리가 되듯 변화를 만들어낸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이고, 예배와 기도가 그 마음을 지켜 줄 때 우리의 걸음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하는 과제다.

시작은 작아도 된다. 그러나 그 시작이 분명하고, 하나님이 주신 땅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다음 세대를 향한 약속이 된다. 코로나 시기의 7% 감축은 두려움 속에서 얻은 숨 고르기였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매년 7.6% 감축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결심한 사랑과 희망의 결실이 될 수 있다.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당신의 교회는, 지금 어떤 첫걸음을 떼고 있는가?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