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특허 끝나간다…제네릭·시밀러 개발 각축전

블록버스터 신약 특허 끝나간다…제네릭·시밀러 개발 각축전

쿠키뉴스 자료사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이 잇따라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틈을 노린 국내외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오리지널약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 대응에 나서 ‘특허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토실산염수화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 등 글로벌 빅파마의 의약품 특허가 2028년을 전후로 줄줄이 만료를 앞두고 있다.

내년 11월 물질특허 만료와 2028년 8월 제제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릭시아나는 벌써부터 제네릭 출시를 위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릭시아나 제네릭 개발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된 생동성 시험은 총 10건으로 보령, HK이노엔, 종근당, 한미약품 등은 이미 제네릭 허가를 획득했다. 다이이찌산쿄를 상대로 의약 조성물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 청구가 이어지며 제네릭 개발에 뛰어든 후발주자들도 늘고 있다. 

릭시아나는 연 1000억원 이상의 처방 실적으로 DOAC 시장에서 장기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릭시아나의 처방 실적은 1053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55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키트루다의 경우 오는 2028~2032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키트루다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등 13가지 이상 암종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키트루다는 기존의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와 달리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 PD-1 계열 3세대 면역항암제다.

키트루다는 기존 항암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전이된 암, 수술이 어려운 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에 기여하며 지난해 전체 의약품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키트루다의 매출은 291억달러(한화 약 42조2299억원)에 달한다.

오리지널 대비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커지면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셀트리온은 키트루다의 시밀러인 ‘CT-P51’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다국가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데 이어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IND 허가를 획득하며 CT-P51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키트루다 시밀러 ‘SB27’를 개발 중이다. SB27은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오버랩’ 전략을 통해 지난해 2월 한국을 포함한 4개 국가에서 임상 1상에 착수한 지 두 달 만에 임상 3상에 나섰다.

BMS의 주력 제품인 옵디보와 항응고제 ‘엘리퀴스’(아픽사반)는 2028년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BMS의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와 ‘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다사티닙) 등은 이미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경쟁에 직면했다.

특허 만료로 매출 급감…신약 권리 선제적 방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는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치열한 법적 분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보령의 매출 효자 제품인 고혈압 신약 ‘카나브’(피마사르탄)의 제네릭 4종이 다음 달 출시를 앞둔 가운데 보령은 제네릭 개발 기업(알리코제약, 대웅바이오, 동국제약, 한국휴텍스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카나브는 보령이 지난 2010년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15호 국산 신약이다. 카나브 제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09억3200만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14.8%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36% 증가한 468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카나브는 2023년 2월 물질특허가 만료된 상태로, 4개 제약사의 제네릭들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보령이 설정한 카나브 제품군 매출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 2000억원이다. 보령 측은 카나브의 단백뇨 감소 적응증에 대한 용도특허가 2036년 1월 만료 예정이기 때문에 제네릭 출시는 무효라는 주장을 펴며 특허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신약 기술 특허 분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는 지식재산권(IP)을 축적해 연구개발(R&D) 역량을 입증하고, 향후 개발할 신약에 대한 권리도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는 미국에서만 총 257개의 특허를 출원해 130개를 등록하는 등 다수의 특허로 독자적 기술을 보호하는 전략을 썼다. 이 덕분에 애브비는 휴미라의 몇몇 주요 특허가 2016년 만료한 뒤에도 상당 기간 경쟁 제품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켰다. 휴미라의 미국 내 첫 바이오시밀러인 암젠의 ‘암제비타’는 2023년 1월 출시됐다.

특허 만료에 따른 경쟁 제품 출시는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는 만큼 업계의 특허 사수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2030년까지 매출의 38%가 특허 만료에 노출돼 있다. 암젠은 매출의 67%, BMS는 63%, 머크는 56%로 업계 평균치를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2028년 전후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대거 예정돼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 회계·경영컨설팅 전문기업 PwC컨설팅(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은 최근 발간한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글로벌 도약을 위한 가이드’ 보고서를 통해 “기회를 잡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한을 3년으로 보고 신중하지만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다”라고 짚었다.

PwC컨설팅은 “글로벌 보건 위기를 계기로 주요국의 바이오산업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으며, 국가 주도 산업 육성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후발주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세계적 제약사 대비 상대적 후발 지위와 규모적 열위를 감안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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