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 피해자가 3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청년안심주택’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민간 부분을 넘어 공공 부분에서도 전세 사기가 발생해 피해가 큰 상황이다.
29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결과 및 피해자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는 3만4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가 49.28%, 20대가 25.83%로 전체 피해자의 75.11%가 20~30대 사회초년생이다.
사기 유형은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음에도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다수 주택을 매수해 임대차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수법이 가장 많았다. 이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48%에 달한다. 무자본 갭투기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작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를 말한다. 아파트 가격이 3억원이고 전세보증금이 2억5000만원이면 5000만원을 들여 집을 사는 식이다.
청년안심주택에서도 전세사기 발생
전세사기는 민간 영역을 넘어 공공 부문에서도 터졌다. 서울시와 SH공사가 공급한 임대주택인 ‘청년안심주택’ 가운데 하나인 잠실 센트럴파크에서 강제경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곳은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경매에 넘어갔다. 피해 세대는 134세대, 피해 금액은 총 238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주택이 보증금을 소진한 상태라는 것이다. 임대인은 보증금 200억원을 대출 상환에 사용했고, 나머지 40억원은 일부 사업비와 이자 등으로 소진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게다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도 않다.
잠실 센트럴파크 청년안심주택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대응을 촉구했다. 입주민 A씨는 “부모님이 전세 사기가 많아서 불안하다고 하셨지만,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이니 괜찮다고 설득했었다”며 “입주한 지 1년도 안 돼 경매가 진행됐다. 서울시라는 이름을 믿고 들어갔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입주민 B씨는 “전세보증금 3억1900만원을 못 돌려받고 있다”며 “사람이 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 난다고 하지 않느냐. 정말 그런 기분이다. 너무 큰돈을 잃어서인지, 눈물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장이 청년안심주택 정책 실패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임대사업자는 지연되고 있는 보증금 반환 의무를 즉시 이행할 것 △서울시는 10년의 거주기간을 보장하고 피해주택 공공매입과 같은 전세사기특별법에 준하는 조치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가 공급한 청년안심주택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한 만큼 서울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민단체 지적도 나온다. 김가원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주도한 정책”이라며 “서울시가 오히려 청년들의 주거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도봉구 청년안심주택에서도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있었고, 이번에는 경매로까지 넘어간 심각한 사건”이라며 “서울시 이름으로 추진된 정책인 만큼, 서울시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