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가 8년 만에 교체된다. 새로 등판하는 오경석 대표이사는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혁신 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다만 오 신임 대표의 어깨는 무거운 상황이다. 금융제재 불복 소송에 따른 사법 리스크 해결은 물론 수익 다각화, 글로벌 확장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한 영향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두나무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오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29일 신임 대표로 내정된 뒤 약 한 달 만에 선임안이 통과된 것이다. 오 신임 대표는 내달 1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오 신임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아울러 2008년 사법연수원도 수료해 수원지방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앤장법률사무소 등의 법조 경력까지 두루 갖춘 전문가다.
이후 지난 2016년 의류 업체인 팬코에 합류한 뒤 2018년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전문 경영인의 길을 걸어왔다. 두나무 관계자는 “법률, 회계, 기업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도전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두나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두나무의 경영진 교체는 약 8년 만의 일이다. 이석우 현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두나무를 이끌어 왔으나 오는 7월1일자로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두나무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또 개인적인 건강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향후 두나무에서 고문직을 맡게 된다.
금융당국 제재 불복 소송, 법적 리스크 대응 과제
당초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경영진 교체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임기가 오는 2026년 말까지로 1년 이상 남아있고, 그동안 두나무가 가상자산 업계 1위 자리로 확고히 안착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어서다. 그는 지난해 전년 대비 22.2% 증가한 983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실적 측면에서도 호실적을 이끌어 왔다.
경영진 교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처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월25일 두나무에 대한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FIU는 두나무가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 거래제한 등 다수의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이석우 대표이사 문책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수백억원이 넘는 과태료 부과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나무는 당국의 영업 일부정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두나무와 금융당국은 본안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 조치는 효력이 정지됐다.
오 신임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이같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다. 법률·회계에 정통한 전문가 출신인 만큼 리스크 대응과 체제 정비를 위한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조인과 회계사 경력이 출중한 전문가인 만큼 법적 리스크나 세무적인 부분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AI 통한 플랫폼 기능 혁신, 글로벌 확장”
이외에도 오 신임 대표의 과제는 남아있다. 중장기적 사업 확장과 이익 창출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오 신임 대표도 주총 이후 인사말을 통해 “역사적 전환기에 두나무의 대표직을 맡게돼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글로벌 확장이다. 두나무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태 지역 해외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사업 진출을 꾀한 바 있다. 다만 각국의 규제 장벽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플랫폼 고도화 및 사업 다각화도 과제로 꼽힌다. 두나무는 업비트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한 상태다. 이를 위해 NFT·메타버스 시장 진출, 자회사이자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람다256을 통한 블록체인 사업 전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도 향후 수익성 강화와 직결되는 중요 과제다.
오 신임 대표는 고객 중심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혁신과 글로벌 확장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두나무의 새로운 대표로서 기술과 보안의 강력한 우위를 위한 과감한 투자,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 글로벌 확장을 통해 다음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디지털 자산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는 고객 응대 자동화, 이상 거래 탐지,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등 플랫폼의 핵심 기능에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AI 기반 기술과 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플랫폼 경쟁력을 고도화하겠다. 두나무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켜,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오 신임 대표가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의 대화에도 나서주길 원하는 모양새다. 현재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정책 공약인 가상자산업권 제도권 도입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 쪽에서 얘기하는 정책 방향은 업계 시선과 상이한 부분도 있다”며 “업계 1위인 업비트의 신임 대표가 이를 어떻게 전달할지 주목된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