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집 지켜드립니다”…서울시 ‘안심 지원’ 확대

“혼자 사는 집 지켜드립니다”…서울시 ‘안심 지원’ 확대

서울시, 1인 가구에 ‘안심 홈세트’ 지원
자치구별 접수 일정 달라…범죄 취약층 보호 목적

17일 오후 1시 서울 신촌역 인근 서대문구 창천동 원룸들. 원룸은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대표적인 주거 시설이다. 노유지 기자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27·여)씨는 자취 경력 4년째다. 그런데도 퇴근 후 밤길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집으로 가는 골목에서 만취한 취객들을 자주 마주치기 때문이다. 집 안에 들어가 현관문을 잠근 뒤에도 곧바로 안심하기가 어렵다. 그는 “오밤중에 고함소리가 들릴 때면 저도 몰래 긴장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느끼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자치구별 ‘1인 가구 안심 홈세트’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지자체에 보조금을 교부해 물품 구매를 맡겼던 지난해와 다르게 진행된다. 각 구별로 접수 신청을 받은 뒤 서울시가 1인 가구 안심 홈세트(이하 안심 홈세트)를 직접 지원하는 형태다.

18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총 세대수 중 신씨처럼 혼자 사는 세대는 약 45.07%(202만7536세대)에 달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인 세대수는 106만3016세대를 기록했다. 특히 2030 여성층은 46만8686세대가 1인 가구로 집계돼 20·30대 ‘나홀로족’의 약 51.38%를 차지했다. 범죄 취약계층(아동·여성·노인·장애인) 중 하나인 여성층에서 혼자 사는 비율이 높아진 만큼 생활 속 안전에 대한 요구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안심 홈세트는 지난 2020년부터 ‘안심장비’라는 이름으로 지원돼 왔다. 안심장비는 △현관문 안전장치 △가정용 CCTV △스마트 초인종 등이다. 관할 구청에 신청서를 접수한 1인 세대는 현관문 안전장치를 비롯해 안심장비 2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가정용 CCTV와 스마트 초인종 둘 다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하는 기계로 하나만 택해야 한다. 

서울시가 실시한 지난해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안심 홈세트를 지원받은 시민들의 평균 만족도는 4.5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용 CCTV와 스마트 초인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장비 설치 이후 주거 안전에 대한 체감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신청을 원하는 1인 가구는 각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직장인 손모(27·여)씨도 지난 2021년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동안 안심 홈세트를 지원받은 경험이 있다. 손씨는 지금은 강동구로 이사를 왔지만 “다시 신청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당시 받았던 안심장비에 나사로 고정되는 현관문 이중 잠금장치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집주인 동의 없이는 설치 불가능한 보안 장치라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집주인의 반대로 방치된 잠금장치를 제외하면, 휴대용 긴급벨 등 물리적인 보안이 되지 않는 안심장비만 남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번에 서울시는 1인 가구 대상으로 총 2000개의 안심 홈세트를 지원한다. 지자체별 지원 가능 인원과 신청 자격은 상이할 수 있으며, 지난해 사업 수요를 토대로 인원을
책정했다. 이미 접수 일정이 마감된 용산구·성동구·광진구·중랑구·성북구·노원구·은평구·구로구 등 8개 지자체를 제외한 16개 지자체가 신청서를 접수 중이거나 접수를 앞두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56명 정도가 지원했던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에는 119명이 신청했다”며 “젊은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르신들도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서울 지자체 중 가장 많은 1인 세대(18만2788세대)를 보유한 관악구는 안심 홈세트 320개를 지원한다며 “지난해 513가구에 안심장비를 지원했을 때는 남성 분들도 30명 정도 계셨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는 안심 홈세트가 1인 가구의 심리적 불안을 줄이는 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인 범죄 예방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에 취약한 집단인 노인과 여성의 자체 보호 능력이 기계를 통해 보완될 수는 있다”면서도 “기계에 대한 의존보다는 이웃 간 관심과 공존 의지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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