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쉽게 지치는 당신, ‘초예민자’일지도 모릅니다 [쿠키청년기자단]

남들보다 쉽게 지치는 당신, ‘초예민자’일지도 모릅니다 [쿠키청년기자단]

외부 자극에 힘겨워하는 초예민자. 유현화 쿠키청년기자

“어렸을 때부터 소리에 예민했어요. 방 건너 가족들이 내는 작은 소리도 다 들려요. 남들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죠.”

“모임에 나가면 모든 사람의 반응을 계속 확인해요. 에너지를 계속 쓰다 보니 집에 오면 녹초가 돼요.”

남들보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고 느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HSP(highly sensitive person), 초예민자일 수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초예민자 테스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초예민자란 단순히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선천적으로 감각과 감정이 남들보다 훨씬 민감한 사람을 뜻한다.

초예민자의 주요 특징은 초감각(Super Sense), 초감정(Super Feeling), 심미안(Aesthetic Sensitivity) 세 가지로 구분된다. 초감각은 외부 자극에 대한 신경계가 예민해 감각적 자극을 쉽게 감지하고 자주 피로감을 느끼는 특징이다. 초감정은 본인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까지 깊숙하게 느끼며 영향을 받는 성향을 말한다. 심미안은 뛰어난 미적 감수성과 자신만의 강한 취향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예민자는 전체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한국 인구로 따지면 약 6명 중 1명이 해당되는 수준이다.

‘예민하다’는 표현은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실제로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오히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예민함을 드러냈을 때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불쾌감을 느끼면, 초예민자 스스로가 더 크게 영향을 받고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 초예민자에 해당한다는 김모(21)씨는 “평소 내가 예민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결과를 보고 당황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예민하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없고, 오히려 상대를 배려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평소 이유 없이 체력이 부족하다고 자주 느꼈는데, 알고 보니 감각이 지나치게 민감한 탓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초예민자를 다룬 책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의 저자 최재훈 작가는 한국 사회가 초예민자가 살아가기 특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최 작가는 “한국은 사회 전반의 외부 자극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모두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전형적인 성공 루트가 개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제도나 사회적 편견 역시 초예민자가 가진 장점과 잠재력을 살리기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높은 인구밀집도 역시 초예민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초감각 지수가 90%에 달하는 손수현(21)씨는 특히 지하철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씨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에 타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함을 느낀다”며 “지하철의 시끄러운 소음과 밀집된 사람들과의 신체적 접촉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중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지하철에서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초예민자들이 자신의 예민함을 주변에 솔직히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예민자들은 평소 감정을 억누르다가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으면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며 “주변 사람들은 초예민자의 이런 모습을 보고 당황하거나 오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스스로 예민한 기질이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 자극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라며 “초예민자들의 인생 관리 핵심은 에너지 관리”라고 강조했다.
유현화 쿠키청년기자
hyeonhwa27@naver.com
유현화 쿠키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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