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최종 변론을 앞둔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폐암 환자의 의료비를 담배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흡연과 폐암, 주목받는 담배소송’ 심포지엄을 열고 이런 내용의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온라인 방식의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27일부터 4월15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 1209명(비흡연자 757명·흡연자 218명·금연자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국내 담배회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총 533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급여비 환수를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는 20갑년(매일 1갑씩 20년 흡연) 또는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된 진료비를 담배 회사에 청구한 것으로, 항소심 최종 변론일은 오는 22일이다.
설문조사 결과,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담배 회사의 의료비 부담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의 63.7%가 찬성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흡연자 72.5%(일정 부분 부담 45.9%·전적으로 부담 26.6%) △비흡연자 59.8%(일정 부분 부담 38.8%·전적으로 부담 21%) △금연자 68%(일정 부분 부담 46.6%, 전적으로 부담 21.4%)가 담배 회사의 의료비 부담을 찬성했다. 전반적으로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담배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나 금연자보다 이를 더 강하게 느끼는 셈이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91%가 ‘그렇다’고 답했다. 담배의 중독성에 대해선 흡연자의 62.8%, 비흡연자의 70.4%, 금연자의 66.1%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천은미 이화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벤조피렌, 니트로사민, 케톤 등 담배 속 발암물질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으로 이어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며 “흡연은 폐암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이미 흡연자의 암 발병 위험이 최대 30배에 이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국내 법원은 흡연과 폐암 간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담배회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담배소송 최종 변론을 앞둔 건보공단은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현정 건보공단 법무지원실장은 “그간 담배소송에서 공단이 패소한 것은 2014년 대법원 판결과 국가 공기업이 담배를 제조·판매한 배경, 사법 시스템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소송에선 방대한 증거와 전문가 의견을 확보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