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부터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재가입주기가 단축됐다. 자기부담률도 올라 같은 진료에 대해 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은 이전 펫보험 보장이 지나치게 넓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상품 변경을 지도했다. 손해보험업계는 펫보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펫보험 재가입주기는 기존 3~5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재가입주기가 돌아오면 계약이 갱신돼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보험 약관 개정도 가능하다. 최소 자기부담액도 3만원으로 신설했다. 일부 보험에 존재하지 않았던 자기부담률은 30% 이상으로 통일됐다.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재가입주기를 줄이고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감독행정사항을 손해보험업계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행정조치 당시 펫보험에 보장 제한이 존재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들은 이달부터 일괄 이를 반영하게 됐다.
손해보험업계는 펫보험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입률은 지난 2022년 기준 1.7%로 이미 저조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그 이유로 낮은 보장 수준과 협소한 보장 범위를 꼽았다. 이번 개정으로 보장이 줄며 펫 보험 가입을 망설이던 반려인들이 더욱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행정지도를 반영하기 위해 개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1년 만기로 재가입해야 하고 자기부담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업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며 “1년으로 가입 주기가 줄어들면서 보험료는 저렴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1년 내 큰 수술을 받거나 질환을 앓을 경우 연장이나 재가입 때 보험료 조정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는 과잉 진료를 막으려면 짧은 재가입주기와 일정 수준의 자기부담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장 기간이 최대 20년으로 긴 펫보험의 재가입주기가 길어지면 손해율이 높아졌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부담금이 낮으면 받지 않아도 되는 진료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 리포트를 통해 “자기부담률이 0%인 보험이 등장해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잉 진료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기부담 축소는 동물병원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