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주머니’ 차고 대선 뛰는 이재명…“정치재판” 반발 속 사퇴 공세 격화

‘모래주머니’ 차고 대선 뛰는 이재명…“정치재판” 반발 속 사퇴 공세 격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월 19일 방탄복을 착용한 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이 후보는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대선 전까지 확정 판결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출마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 후보는 대선 내내 사법리스크라는 ‘모래주머니’를 안고 뛰게 됐다. 

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지난달 22일 전합에 사건이 회부된 지 불과 9일 만, 2심 선고 후 1개월여 만이다.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서울고법서 다시 재판…대선 출마 여부엔 영향 없을 듯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후보에게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다만 파기환송심 절차가 대선 이전에 모두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파기환송심의 개시 기한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또 통상 대법원 판결이 고등법원에 송달되고 사건이 재배당되기까지는 몇 주 이상이 소요된다. 재판 기일 지정, 증인 신청 등 다양한 절차적 변수도 있어 파기환송심 선고는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환송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이 후보가 즉시 재상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대선 때까지 충분히 시간 끌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참석해 있다. 유희태 기자

‘사법리스크’ 재점화로 정치적 타격 불가피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결정을 내린 만큼 이 후보는 사법 리스크로 인한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이 ‘유죄’ 판결과 다름 없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가 허위사실 공표로 국민 판단을 왜곡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자체로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 후보는 그동안의 법 위반 행위와 재판 지연으로 국민을 우롱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후보직에서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일 쿠키뉴스에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이 후보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서 범죄자 공세 펼칠 것이기 때문”이라며 “당선이 되더라도 ‘범죄자 대통령’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러면 압도적 승리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기존 민주당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의 사퇴 주장에 대해선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선 온갖 상상과 기대를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완주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대선 개입 vs 자격 상실·즉각 사퇴”

이번 판결을 계기로 6·3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프레임 전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근거로 후보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대법원의 판단이 정치적 개입이라며 ‘정치재판’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에 빗대어 사법부의 태도를 지적하며 ‘사법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 중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3 내란에는 입을 닫고 있던 대법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방해하고 있다”며 “국민 주권과 국민 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대법원 판결 직후 “이 후보의 선거법 재판에 전례없는 속도전을 펼쳐온 대법원이 결국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의 조작수사·억지기소에 화답했다”며 “사상 초유의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의 대선개입”이라며 “윤석열 친구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 역시 “내란수괴 윤석열은 보호하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에게는 칼을 휘두르는 사법을, 어느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질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프레임 전쟁이 대선 막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할 것이고,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하며 부당함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혜진 기자, 송금종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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