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대 뚝’ 찬밥된 예금…주식·코인으로 머니무브

‘금리 2%대 뚝’ 찬밥된 예금…주식·코인으로 머니무브

쿠키뉴스 자료사진.

#. 직장인 김모(31·여)씨는 예금 통장에 모아뒀던 돈을 모두 빼 증권사 계좌로 옮겼다. 정기 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금리가 너무 떨어져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건 포기했다”며 “여윳돈으로 요즘 오른다는 주식 종목에 투자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예금금리 연 2%대 시대가 열렸다. 시중은행은 물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에서도 3% 이자를 주는 예금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저금리에 실망한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은 은행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 금, 코인 시장 등 다른 투자처로 자금을 갈아타는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948조2201억원에서 12월 927조916억원, 올해 1월 922조2998억원으로 줄었다. 두 달 새 26조원가량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2월 23조5000억원가량 늘었으나, 지난 1월엔 3조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으로, 통상 금리가 1% 미만이다. 그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요구불예금에 예치돼 있던 대기성 자금이 증권·부동산 등 투자처를 찾아 이동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금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7%로 2%대로 떨어졌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쳐주던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마저 본격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1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33%에서 올해 들어 0.20%p 하락한 수치다. 한국은행이 최근 이례적으로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예금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금리 매력을 앞세워 고객몰이하던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2%대 예금금리가 등장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일부터 대표 예금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연 3.00%에서 2.90%로 인하했다. 카카오뱅크가 12개월 만기 기준으로 연 3.10%, 토스뱅크는 6개월 만기 기준 연 3%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은행을 빠져나간 돈은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기준 58조2317억원을 기록했다. 3개월 전(49조8900억원) 대비 4조7834억원(9.6%)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의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증시 거래 대금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6178억원으로 전달(8조7353억원) 대비 9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6조5438억원에서 6조9389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금 거래 대금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RX 금 현물 가격(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날 대비 4.58%(6470원) 오른 14만 782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금 거래 대금은 1088억 3600만 원으로 2014년 3월 금시장이 개설된 이래 사상 최대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으로 몰리는 흐름도 뚜렷하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가상자산거래소 원화 예치금 현황’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원화 예치금이 지난해 1월 5조2154억원에서 올해 1월 10조6561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1위 업비트의 예치금은 지난해 1월 4조415억원에서 올해 1월 7조756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빗썸은 9885억원에서 2조5184억원으로, 코인원은 1190억원에서 2383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조만간 허용되면 또 한 차례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자금이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나서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자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특정 주식 종목에만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예금, 채권 등에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이 안정적인 운용을 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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