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청 폭증으로 조기 소진 사태까지 벌어졌던 서울시의 가임기 남녀 ‘임신 준비 지원사업’이 올해 폐지됐다. 보건복지부의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다. 그러나 기존 시 자체 사업에 비해 제공되는 혜택이 크게 줄어들게 돼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부터 복지부가 도입한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시가 2017년부터 자체적으로 운영한 남녀 임신준비 지원사업은 폐지 수순을 밟았다.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은 임신·출산 고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필수 가임력 검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만혼으로 매해 난임과 고위험 임신이 늘고 있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비용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임신 준비 사업을 정책 모델로, 복지부는 지난해 4월1일부터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개별 사업 중인 서울시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지체가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올해 서울시가 해당 사업에 참여하면서 전국 지자체가 국비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기존 자체 지원 사업을 없애고 복지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원 항목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은 결혼 여부와 자녀 수 관계없이 가임기에 있는 20~49세 남녀라는 점에서 같다.
내용 면에선 차이가 두드러진다. 복지부 사업은 ‘가임력 검사’만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서울시민은 자체 지원사업으로 일반 건강검진(혈액, 흉부방사선 검사, 성병검사)과 생식기능 검사(난소나이검사, 정액검사 등)를 받을 수 있었다. 전문 상담을 통해 임신 전 건강위험 요인을 조사·상담하고 기형아 예방을 위한 엽산제도 지원됐다.
난임 예방을 위해 전문인력과 추진했던 여러 서비스가 삭제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강한 임신 준비 지원하는 정책은 결국 저출산 대책에 맞닿을 수밖에 없다. 저출생 해결을 위한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던 서울시가 지난해 ‘복지부의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에 비해 더 포괄적이고 두터운 예방적 임신건강관리’라고 자신한 것과도 다른 행보다.
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원 내용(가임력 검사)도 중복되고, 국가사업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 역시 이러한 정책 간 간극에 올해 정책 방향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올해 세밀한 검토를 거쳐 2025년부터는 서울시의 남녀 임신 지원사업과 복지부 임신 사전건강관리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추가 지원을 통해 축소된 지원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지원 정책이 고스란히 중앙정부 정책으로 도입되지 못한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시에서 솔루션을 위해 시행하던 설문조사를 ‘임신출산정보센터’ 시스템에 자가진단이 가능하도록 공개했다”며 “일부 자치구도 구비로 엽산제 제공 등 자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