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자연계 수시전형의 수리논술 시험 합격자 발표가 뒤로 밀리고 있다. ‘문제 사전 유출’ 의혹으로 시험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에 맞서 학교 측이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다. 연세대는 곧바로 항고하겠다는 입장이라, 입시 전형 파행이 이어질 예정이다. 교육부는 입시 혼란 방지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20일 출입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연세대는 대입 전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수험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 시한인 12월26일까지 입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판부에도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한 판단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언급한 12월26일은 2025학년도 수시 전형 입시 절차의 마지막 날이다. 12월31일부터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때문에 연세대 수시 논술 전형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은 구제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시에 모두 떨어져야 정시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시 원서접수 전 수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수시 원서는 최대 6곳을 지원할 수 있어, 연세대 논술 시험이 무효 처리 될 경우 수시 원서 한 장을 버리는 셈이 된다. 이번 연세대 자연 계열 논술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9667명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5일 논술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공동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자연계열 논술 합격자 발표를 비롯한 후속 절차를 중지했다. 연세대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지만, 20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연세대 측은 즉시 항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연세대는 기존 시험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아 효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의신청을 할 당시에도 “항고심 결정 이후 논술시험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것인지 여부 등을 결정하고자 한다”며 “(합격자 발표일인) 12월13일 이전까지 항고심 결정을 받을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교육부는 정시 이월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정시 이월 가능성은 별론으로 하고, 정시 이월이 될 경우 연세대 논술 전형 지원자의 수시 지원 기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 경우) 수험생들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재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재시험에 대한 최종 결정은 학교에 있다”면서 “학교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대안별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을 대리하는 김정선 변호사는 “이의신청 기각까지 된 시점에 연세대가 항고심까지 제기해서 또 시간을 끈다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험생들과 우리나라의 교육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공정성 침해를 인정하고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