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립의대 신설 ‘급물살’ 탔지만…‘정원 배정’·‘학생 교육’ 과제

전남 국립의대 신설 ‘급물살’ 탔지만…‘정원 배정’·‘학생 교육’ 과제

서울의 한 의과대학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순천대와 목포대가 대학 통합에 합의하면서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라남도는 오는 2026년 통합의대 개교를 목표로 정원 확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가 두 대학의 결정을 어디까지 수용할지 향방이 주목된다.

20일 전남도에 따르면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는 전남 첫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대학은 2026년 3월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다음 달까지 대학통합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인구 180만명이 사는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곳이다.

두 대학은 통합을 먼저 마무리하고 의대 개교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두고, 전남 동부와 서부 지역에서 의료인력을 함께 양성하고 대학병원을 두 지역에 모두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통합의대를 어느 대학에 둘지는 정하지 않았다. 통합의대 정원은 거점국립대 의대와 비슷한 200여명 규모로 점쳐진다. 두 대학 총장은 “이번 합의는 전남 동·서부 간 오랜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 소멸 위기 극복, 의료복지 향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남은 2026학년도 통합의대 정원 배정을 위해 통합대학 명의로 예비인증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목포대와 순천대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통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대학들이 곧 통합 합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오는 29일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예비인증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지난 3월14일 윤석열 대통령의 전남도 민생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 달 20일 의료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가 전남도와 두 대학의 결정을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의대 유치를 전제로 대학 간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각 캠퍼스에 의대를 두는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전남 통합의대 신설까지 얼마나 걸릴지 확답하지 않았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19일 열린 ‘윤석열 정부 교육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의대 신설이나 정원 증원 등 의료인력 수급을 늘리는 부분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하면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를 신설하고 정원을 늘리길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통합대학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교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 동문의 반대 의견도 예상돼 이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았다. 두 대학의 완전한 통합을 위해선 고등교육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협조도 필요하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장기화되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의정갈등도 변수다. 2026년 3월 전남 국립의대가 정식 개교하기 위해선 내년 4월 교육부의 대입 모집요강 수요조사에 정원이 포함돼야 한다.

전남은 의대 정원 등을 논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통합의대 설립이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인데 이마저도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에 불참한 상태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반발도 예상된다. 의사단체는 내년도 증원 재조정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의대 신설과 정원 배정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남의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의대는 의료계가 제시하는 대표적 ‘부실 의대’ 운영 사례다. 당시 서남의대 재학생들은 전북의대와 원광의대로 편입학해야 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것 말고는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수 구하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할 것인지 모르겠다. 서남의대 때가 떠오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병상을 줄인다고 했는데 오히려 늘게 생겼다”라며 “특색 있는 의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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