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퇴직연금을 사용자 계좌로 지급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8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검사결과 제재 내역을 보면 DB손보는 지난 11일 과태료 7400만원과 자율처리(직원) 3건의 제재 처분을 받았다. 

퇴직연금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면 해마다 쌓이는 한달치 평균임금을 연금 형태로 적립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운용관리기관이 안내하는 퇴직연금 상품에 이 급여를 적립한다. 이 상품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 자산관리기관이 운용한다. 이들은 가입자의 성향 등 지시에 따라 연금을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한다.

노동자가 퇴직하면 은행이나 보험사 등 자산관리기관은 노동자 명의의 개인퇴직계좌로 적립된 급여를 지급한다. 사용자에게 급여를 반환하는 경우는 1년 미만 노동자가 퇴직해 퇴직연금 지급 대상이 아닐 때뿐이다. 

그러나 DB손해보험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가입자 3명이 받아야 할 2520만원의 퇴직급여를 가입자가 지정한 계정 대신 사용자의 계좌로 지급했다. 이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운용관리계약서 16조 4항 위반이다. 해당 조항은 가입자가 지정한 개인형퇴직연금 계정으로 지급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계약이전 요청을 받고 협조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사용자나 가입자는 특정 운용관리기관과 자산관리기관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 규약 변경과 계약 이전을 신청하면 된다. 

그런데 DB손보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47건의 퇴직연금 계약 사용자 또는 가입자가 계약이전 요청을 했는데, 정해진 기간 안에 보유자산 매도지시를 자산관리기관에 전달하지 않았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운용관리계약서 21조 2항은 계약이전 신청일을 포함해 3영업일까지 매도지시를 전하도록 규정한다.

재정검증 결과도 통보하지 않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퇴직연금사업자는 재정검증을 실시하고 그 결과 적립금이 최소적립금보다 적으면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 없으면 전체 근로자에게 서면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방법으로 통보해야 한다.

DB손보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재정검증을 실시하고 사업장이 적립한 금액이 최소적립금보다 적은 5건의 계약을 확인했다. 모두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DB손보는 적립 부족 결과를 전체 근로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5건 중 4건은 2020년 재정검증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1건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정검증 결과를 사내 인트라넷에만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