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경영권 분쟁 주총에서 결판날 듯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경영권 분쟁 주총에서 결판날 듯

"고려아연 긍휼히 여겨달라" 호소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부정 거래 논란 등을 빚은 2조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일반 주주의 반발에 더해 금융 당국까지 칼을 빼들며 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 2주일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증자 카드가 무산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결국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을 통해 결판날 전망이다.

아울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향후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할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주주와 시장 관계자의 우려 등을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해 왔으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안건을 재검토한 끝에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회견을 통해 "다양하고 독립적인 주주 기반을 강화하고자 도모했던 일이었지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선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MBK·영풍을 비롯한 일각에서 '최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사회를 전용한다'는 비판이 이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논란까지 겹치자 자세를 최대한 낮춘 것이다.

이제부터 고려아연은 약탈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적자 제련 기업 영풍이 강행하고 있는 적대적 M&A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고려아연 지분현황. 금융감독원

고려아연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협력사, 시장의 이해관계자, 국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또한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날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와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은 지분율 7.5%의 국민연금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진단이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 철회로 영풍 측보다 지분율이 5%p 더 낮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 설득이 필요한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60일간 힘든 싸움을 하는 고려아연을 긍휼히 여겨달라"며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없는 고려아연과 대한민국 산업의 영혼을 위해, 모든 주주와 국민께서 고려아연을 지켜주시고 함께 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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