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몇 시에 먹을까”…‘이 약’ 먹다간 되레 시험 망칠 수도

“수능날 몇 시에 먹을까”…‘이 약’ 먹다간 되레 시험 망칠 수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행일인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목고등학교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공동취재단

“너넨 수능 날 콘서타 몇 시에 먹을 거임? 오전 8시 전 하나만 먹고 버틸까, 아니면 영어 시험 직전 하나 더 먹을까.”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수능 당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복용 시간과 횟수를 고민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ADHD 치료제로 쓰이는 콘서타(얀센)가 수험생의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잘못 알려지면서다. 약물을 과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게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능을 앞두고 ADHD 치료제 불법유통·판매 게시물이 대거 적발됐다고 밝혔다. ADHD 치료제를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을 올려주는 약’으로 불법 판매하거나, 유통·알선·나눔·구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이 711건에 달했다. 

‘공부 잘하는 약’의 정체는 의료용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 ‘메틸페니데이트’다. ADHD 환자가 차분해지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하면서 오남용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에선 ‘스터디-드러그(Study-drug)’라고 불리는 등 오남용이 심각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처방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식약처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DHD 치료제의 지난해 처방량은 2020년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서타 최다 처방 지역 상위권은 ‘강남 3구’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ADHD 치료제 처방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콘서타’ 처방 건수는 서울 25개 구에서 강남구(6만6227건), 송파구(4만5104건), 서초구(4만4873건)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ADHD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복용할 경우,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는 없는 데다 부작용 때문에 시험을 망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DHD 치료제의 부작용으로는 경미한 식욕 부진, 심박동수 증가, 두통, 극도의 불면증, 흥분성, 환각 등이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치료제는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질병’에 대한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진단받지 않은 정상인의 집중력이 더욱 좋아지는 효과는 없다”며 “진단받지 않은 사람이 복용할 경우 부작용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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