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주요기업, 고부가 생산라인 교체 본격화…체질개선 속도

석화 주요기업, 고부가 생산라인 교체 본격화…체질개선 속도

- LG화학·SK케미칼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라인 전환
- 중국발 공급 과잉 등 범용 제품의 실적 회복 어려워
- 세계 최초 ‘초고분자량 폴리프로필렌(UHMWPP)’ 상용화 등 R&D 확장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2공장 전경. LG화학

석유화학업계 주요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생산라인 교체를 서두르면서,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6개의 PVC(폴리염화비닐) 생산라인 중 2개를 가동 중단하고, 이를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으로 라인을 정비한 뒤 내년 1분기 이후 전기차 급속‧초급속 충전 케이블 용도의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합’은 분자들을 서로 결합해 거대한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반응을 의미한다. 초고중합도는 결합하는 분자의 수를 초고도로 끌어올려 기존 PVC 대비 내열성·내구성 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번 생산라인 전환으로 기존 범용 플라스틱이자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는 PVC를, 전기차 충전기 소재 개발로 확대·고도화한다는 게 LG화학의 계획이다. 

SK케미칼 역시 울산공장 코폴리에스터 설비 중 일부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라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설비 교체를 마친 뒤 고부가 코폴리에스터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코폴리에스터는 비스페놀A 등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소재로, 유리와 같은 광택·투명도를 갖고 있음에도 가볍고 내구성이 강해 화장품 용기 등 생활용품부터 산업재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하는 기업은 SK케미칼과 미국 이스트만 뿐이다.

현재 SK케미칼은 일정량의 원료를 지속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연속공정’ 방식으로 코폴리에스터를 생산하고 있는데, 연속공정은 생산 제품이 달라질 때마다 원료 투입 비중이 바뀌어 이 과정에서 생산성이 낮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SK케미칼은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설비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은 오래 전부터 고부가가치 제품군 개발을 추진하며 점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3분기에도 고기능성 투명 플라스틱 스카이그린(SKYGREEN)과 고내열 투명 소재 에코젠(ECOZEN)을 앞세운 코폴리에스터 판매량 증대로 별도기준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생산라인 교체 외에 고부가가치 제품의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성과를 얻고 있다. 12일 울산 석유화학기업 대한유화는 세계 최초로 초고분자량 폴리프로필렌(UHMWPP) 상용화에 성공해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HMWPP는 분자량 150만 이상의 폴리프로필렌으로 기존 폴리프로필렌보다 높은 열적 특성, 초고강도, 내마모성, 내충격성, 낮은 마찰계수 등 특징을 지닌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리튬이차전지 배터리용 분리막, 특수 의류, 산업용 부품, 자동차용 부품, 각종 장비 부품 등 폭넓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일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까지 대체할 수 있는 첨단 소재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UHMWPP는 기존 제품과 달리 파우더 형태로 공급돼 그동안 쉽게 산화되고 가공이 어려워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는데, 대한유화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하게 됐다.

대한유화는 UHMWPP 상용화를 계기로 범용 플라스틱 소재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용도로 적용·개발을 통해 관련 산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고분자 재료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 고성능 플라스틱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면서 “업계 불황을 기회로 삼아 기업들이 쇄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정부·기관 등 역시 여러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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