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전,란’이 던진 질문이 좋았죠” [쿠키인터뷰]

박정민 “‘전,란’이 던진 질문이 좋았죠”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전,란’ 이종려 역으로 돌아온 배우 박정민. 샘컴퍼니

배우 박정민에게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은 새로운 기억이다. 데뷔 후 연극 무대와 영화, 드라마를 숨 가쁘게 오간 그도 사극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검술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무인 캐릭터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기꺼이 받아들였다. 계기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그와 ‘헤어질 결심’과 단편영화 ‘일장춘몽’까지 함께한 인연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각본을 쓴 ‘전,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1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하겠다는 선택지뿐이었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박찬욱 감독에게 선택받아 일찌감치 캐스팅된 박정민에 이어 김신록, 차승원, 진선규, 강동원, 정성일이 차례로 합류했다. 가장 먼저 캐스팅돼 10개월을 기다린 그는 강동원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쾌재를 불렀단다.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박정민은 ‘전,란’에서 그간 못 본 얼굴을 보여준다. 수염을 붙이고 장검을 든 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모습은 분명 새롭다. 사극 특유의 고풍스러운 말투를 소화하는 묵직한 발성은 안정적이다. 박정민은 영화 ‘남한산성’ 속 선배 배우들을 생각하며 연기 톤을 잡아나갔다. “무림 고수 강동원”과 겨뤄야 하는 만큼 액션 훈련도 착실히 받았다. “멋진 본새와 동작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는 따라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결과 이종려(박정민)의 멋진 검술이 탄생했다. 극 말미 종려와 천영(강동원), 겐신(정성일)이 해무 속에서 맞붙는 3인 검투 신에서도 그는 잔뼈 굵은 액션 베테랑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다.

액션과 함께 돋보이는 건 감정 연기다. 박정민은 무술팀에게 “울분 섞인 액션”을 요청했다. 액션과 함께 종려의 감정이 도드라지길 바라서다. 천영을 오해하는 종려의 복잡한 마음은 이들이 칼을 맞부딪힐 때 굉음과 함께 선명히 살아난다. 김 감독은 박정민에게 셰익스피어 비극을 떠올리며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첫 장면을 촬영할 때만 해도 종려를 나쁜 인물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던 박정민도 이를 듣고 분노가 아닌 답답함,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서글픈 마음을 파악해 연기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단다. ‘전,란’이 천영과 종려의 멜로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박정민은 “우리도 촬영하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며 “과하게 해석해 오해를 일으킬 만한 연기는 지양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전,란’ 스틸컷. 넷플릭스

강동원과의 만남은 박정민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수년 전 박정민은 강동원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배우가 자신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강동원의 전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에서 특별출연으로 짧게 만났던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양반과 노비로 재회했다. 박정민은 “종려가 느낀 외로움이 모든 연기의 출발점이었다”며 “외롭던 종려가 천영을 만나 배신당하고 오해가 풀리기까지 매 순간의 감정을 꼼꼼히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종려는 어쩔 수 없는 양반이에요. 천영과 나눴던 우정과 그에게 준 마음을 무의식에선 호의라고 느꼈을 거예요. 그래서 천영에게 배신감이 더 큰 거죠. ‘천한 것에게 마음을 줬더니 이런 짓을 하냐’는 감정이었지 않을까요? 그래서 추노꾼 광이(최대훈)에게 천영의 소식을 전해 듣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장면을 특히나 신경 써서 연기했어요. 특권의식을 가진 양반으로 돌아오는 순간이거든요.”

캐릭터에 진심으로 몰입한 덕에 좋은 애드리브도 나왔다. 대본엔 없던 종려의 마지막 대사가 그렇다. 순간의 감정에 몰입해 건넨 미안하단 한 마디는 그간 꾹꾹 눌려있던 종려의 마음을 함축해 보여준다. 현장에 와있던 박찬욱 감독이 해당 장면을 연기하는 박정민을 보며 ‘내 영화에서도 저렇게 연기하지 그랬냐’며 감탄했을 정도다.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전,란’이 가진 확실한 메시지가 좋았다”며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좋은 구성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리더가 필요하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주는 게 ‘전,란’의 매력”이라며 미소 지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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