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욱 여수 감독 ‘뚝심 오더’…결국 패배로 귀결 [바둑]

이현욱 여수 감독 ‘뚝심 오더’…결국 패배로 귀결 [바둑]

이현욱 감독이 이끄는 여수, 부안에 패배하며 5위로 하락
‘12전 12승’ 필승카드 김은지 얻고도 ‘오더 실패’로 반타작
여자리그 최강자 김은지, 12라운드 동안 상대 주장과 1번 만나

여수와 부안을 제외한 여자바둑리그 감독 6명 전원이 모두 부안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는 이현욱 여수 감독의 오더가 실패했음을 방증한다. 바둑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는 첫 번째 시즌. 랭킹 2위 김은지 9단이 12전 12승을 달성한 가운데 소속팀 여수는 중차대한 일전을 패하면서 6승6패, 5위로 미끄러졌다. 3대3으로 펼치는 여자리그에서 100%의 확률로 1승을 취하고 있음에도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원인은 이현욱 여수 감독의 ‘오더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밤 11시30분에 끝난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12라운드 첫 경기에서 부안 붉은노을이 여수 세계섬박람회를 2-1로 격파하고 4위로 올라섰다. 경기전 나란히 6승5패였던 부안과 여수는 이날 경기 결과로 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한편 상대 최약체와 연이어 만나고 있는 여수 주장 김은지 9단은 이날 승리로 이번 시즌 12연승을 질주하면서 다승왕 등극을 확정했다.

오더 발표 직후부터 모두가 부안의 승리를 점쳤다. 한국기원 바둑TV에 따르면, 경기를 치르는 여수와 부안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팀 감독 6명 전원이 모두 부안의 승리를 예측했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여수 입장에선 오더에 있어서 김은지 선수가 상대 3지명 강다정 선수와 만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김은지 선수는 여수의 슈퍼 에이스이자 여자바둑리그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 중에 랭킹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위원은 “12라운드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김은지 선수가 상대 주장과는 1번밖에 만나지 않았다”면서 “이런 면이 감독들이 부안 팀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상 해설위원의 설명대로, 전반 라운드인 1국에서 주장 김은지 9단이 상대 3지명 강다정 3단을 제압했지만 여수는 웃을 수 없었다. 후반 라운드인 3국에서 여수 2지명 조혜연 9단이 부안 주장 오유진 9단을 만나는 대진이 짜였기 때문이다. 결국 1-1 상황에서 맞이한 3국에서 조 9단이 패하면서 여수는 이번 시즌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는 ‘3국 패배로 팀 패배’ 결말을 다시 되풀이했다.

나란히 6승5패인 팀간 중차대한 일전을 승리로 이끈 부안 김효정 감독(왼쪽)과 주장 오유진 선수. 한국기원

여자바둑리그는 전반 라운드인 1‧2국이 오후 8시에 동시 시작되고, 후반 라운드인 3국은 오후 9시30분에 열린다. 이현욱 여수 감독은 ‘통합라운드(모든 대국이 오후 8시에 동시 시작)’인 11라운드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12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동안 주장 김은지 9단을 3국에 딱 1번 출전시켰다. 나머지 10번의 일반 경기에서 ‘필승카드’ 김 9단이 오후 8시에 시작하는 1‧2국에 배치됐다.

이현욱 여수 감독의 이와 같은 오더가 이미 다른 팀 감독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지적이 반환점을 돈 이후부터 꾸준하게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상대 팀인 부안의 김효정 감독은 “이번 대결은 너무 중요한 경기라서 오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는데, 고민 끝에 팀의 에이스 오유진 9단을 3국에 넣은 것이 적중했다.

여수 주장 김은지 9단은 부안 주장 오유진 9단을 상대로 상대 전적에서 14전 10승4패로 크게 앞선다. 반대로, 여수 2지명 조혜연 9단은 부안 주장 오유진 9단과 13번 만나 3승10패로 크게 부진했다. 부안 입장에선 당연히 팀의 최고 전력인 오유진 9단이 상대 주장 김은지 9단을 피해 2지명 조혜연 9단을 잡아주길 바라는 상황이고, 여수는 김 9단이 무조건 상대 주장과 만나는 게 최선의 오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현욱 여수 감독이 김은지 9단을 전반 라운드(1국)에 배치하면서 상대 선수 중 최약체인 3지명과 팀의 핵심 전력인 김 9단이 만나는 ‘최악의 오더’가 나왔다. 그러는 사이 2국에선 여수 3지명 김수진이 부안 2지명 박소율에게 패배하면서 예견된 실패가 현실화됐다.

수심이 가득한 여수 검토실. 이현욱 감독(가운데)의 잇따른 오더 실패로 12전 12승 주장 김은지 9단을 보유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한국기원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3판 다승제 14라운드 더블리그(총 56경기, 168대국)로 순위를 가리고,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릴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우승 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장고는 각자 40분에 추가시간 20초, 속기는 각자 10분에 추가시간 20초다.

11일 오후 8시에는 5승6패로 여수의 한 계단 아래 위치한 6위 포항 포스코퓨처엠과 7위 서울 부광약품이 대결한다. 오더는 박태희-최서비, 김경은-백여정, 김혜민-김채영(앞쪽이 포항). 3국에서 김혜민과 김채영의 주장 맞대결이 성사돼 관심이 모인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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