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 보험 있으니 안심하라고? “낙인 벗어날래요” [취재진담]

유병자 보험 있으니 안심하라고? “낙인 벗어날래요” [취재진담]

연합뉴스

“아프다고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바꿀 거예요.”

취재하며 만난 29살 김 씨는 누가 봐도 건강한 사람이다. 주 3회 헬스장에 가고, 만성질환도 없다. 그런데 이 씨의 의료실손보험은 ‘유병자 보험’이다. 이 씨는 젊은 사람이 유병자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서 “남들이 아는 것이 싫다”고 했다.

김 씨가 가입한 유병자 보험은 △3개월 내 진단‧약물 처방 △1년 내 진찰 후 재검사 △5년 내 수술‧입원 이력이 있어 일반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상품이다.

김 씨도 보험 가입 전 우울증으로 약을 처방받았다. 보험 설계사는 가입을 꺼리는 김 씨에게 앞으로 5년 동안 큰 문제가 없으면 유병자 보험이 아닌 일반 보험으로 전환하거나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빨리 5년이 지났으면 좋겠다”면서 “우울증이 재발해도 심각하지 않으면 그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들 일부는 보험 때문에 치료를 꺼리거나 상태를 알리지 않으려 한다. 상태를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으면 추후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해도 요지부동이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젊고 건강해 보이는 자신이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을수록 낙인은 강해진다. 비슷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선뜻 사실을 밝히지 못할 것이다. 지난달 보험연구원은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낙인 탓에 자기 보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치료 내역 등을 그대로 고지한 소수가 더 많은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신질환은 이미 보편적이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며 정말 흔한 일이 됐다. 보건복지부가 5년에 1번 실시하는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21년 기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은 4명 중 1명이다. 숨지 말자, 숨을 일이 아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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