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장으로 있을 때였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몇 해 전부터 충남 15개 시·군 독립유공자 찾기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어느 시·군에 사업 동참을 권유했다. 그런데 오래 전 비슷한 사업을 시행해 더 이상 찾을 유공자가 없을 거라고 했다.
예산군 경우를 소개했다. 2021년 포상된 전국 247명의 독립유공자 중 가장 많은 인원 38명을 예산군이 배출했다. “돈을 들이더라도 우리 군의 숨겨진 한 명의 독립유공자를 더 찾아 내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다른 시·군이 이런 설득에 사업에 참여했다.
숨은 독립운동가를 찾아내는 건 당연한 우리네 의무다. 그들은 우리가 다른 민족 지배를 받으며 굴욕적 삶을 살고 있을 때 그것을 벗어나려고 희생한 분들이다. 이런 노력을 펴다가 1940년대 돌아 선 사람들도 있다. 변절자다. 그 순간 실수가 지금껏 반민족반역자로 낙인 찍히게 했다. 일제강점기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살았던 분들이 있어, 우리는 변절자를 욕할 수 있다.
지금 각 시·도가 앞다퉈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있다. 전국 최대 독립유공자 2400명을 배출한 대구·경북은 2016년 안동에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을 세웠다.
지난 8월의 일이다. 독립기념관장 선임 문제로 광복회장이 분개했다.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를 따로 열었다. 경기도가 이에 편승해 ‘경기도 독립기념관’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일부가 찬성했다.
77년 전인 1947년 3·1절 기념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좌우 세력이 기념식을 따로 열었다. 좌는 남산, 우는 동대문운동장에서. 두 세력은 기념식 후 시가행진에 나섰다. 남대문에서 마주쳤다.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여러 명이 죽고 부상당했다.
누가 왜, 이런 일을 또 벌이려 하는가. 임기가 얼마 갈지 모르는 지자체 단체장이 왜 이러냐.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국민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독립기념관은 천안 하나로 족하다.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이지만, 많은 국민이 독립기념관 설립을 옳다고 생각해 성금을 보태 지은 곳이다.
전국에는 앞서 얘기한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외, 8곳에 비슷한 기념관이 있다. 공주 독립운동기념관, 광주 학생독립운동기념역사관, 화성 독립운동기념관, 김포 독립운동기념관, 나주 학생독립운동기념관, 전북 항일독립운동기념관, 밀양 독립운동기념관, 양산 시립독립기념관 등이다. 이들 모두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넘어설 의도로 이름을 짓지는 않았다.
지난달 30일 박상돈 천안시장이 특별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경기도의 제2독립기념관과 윤석열 정부의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 설립 추진에 유감을 표하기 위해서다.
박 시장은 “천안 독립기념관이 지난 37년간 독립운동에 대한 국가적 상징성과 겨레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국민의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면서 “또다른 독립기념관을 건립 한다는 것은 전국민 성금으로 건립된 독립기념관의 대표성과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좌시하기 어렵다”고 천명했다.
천안은 유관순 열사 고향이다. 1919년 4월 1일 아우내(병천) 장날, “대한독립만세!” 외치다 19명이 현장서 순국했다. 이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자 천안시는 매년 유 열사 추모사업을 펼치고 있다. 온 국민들이 애국애족 정신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1987년 독립기념관이 천안에 세워진 뜻도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목숨 바쳐 항쟁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려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