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 사직 전공의 구속…“증거인멸 우려”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 사직 전공의 구속…“증거인멸 우려”

블랙리스트 작성‧게시한 이 구속된 첫 사례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게시한 전공의가 구속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란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을 작성한 것이다. 블랙리스트를 작성, 게시한 이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두고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에 대한 조롱과 모욕이고 개인의 자유의사를 사실상 박탈하는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지난 11일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의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선 구속 수사를 추진하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인 정씨는 지난 7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게시글을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감사한 의사’라고 표현하며 이름, 연락처, 출신 학교, 소속 병원·학과 등을 명단에 담아 온라인에 올렸다. 그는 앞서 2020년 의료파업 당시에도 참여하지 않거나 복귀한 이들 명단도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개인정보보호법 등 혐의로 입건된 정씨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지속·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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