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관련 정책을 두고 시장의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가계대출 엄정 관리에 대한 정부 기조 변화는 없다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 정우현 은행감독국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18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 원장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에서 세밀하게 입장을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 보는 분들이 불편함과 어려움 겪은 것에 대해 이 자리 들어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사과의 말을 전한 이유는 이 원장이 앞서 발언한 의견들이 서로 충돌하며 시장의 ‘혼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은행 가계대출 관리에)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당국의 직접 개입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 4일에는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말해 앞서 말한 발언과 상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의 발언에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6일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개별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상황에 맞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 원장은 이날 김병환 위원장의 발언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권도 대출 관리의 엄중함과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대출 절벽’이 발생하지 않게끔 체계적으로 은행 자체적 스케줄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은행장들에게)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에 대한 엄정 관리, 특히 은행이 자율적으로 적절한 여신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 부처 내 이견은 없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정책대출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는 전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대출이 줄이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대치된다. 다만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이미 국민들께 말씀드린 약속을 지키겠다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국토부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정책자금을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금융당국 입장과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내년도 DSR 차등화 도입과 관련해서는 “10~11월 가계대출 흐름을 봐야한다”면서 “2단계 스트레스 DSR의 정책효과와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여신심사 정밀화 등의 효과 등을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