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에 자녀까지 돌본다…‘낀 세대’ 중년, 본인 노후는 ‘불안’

노부모에 자녀까지 돌본다…‘낀 세대’ 중년, 본인 노후는 ‘불안’

자녀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 도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세대를 두고 부모 봉양하면서, 자녀에게는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고 하더라. 나름대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막연한 걱정과 불안뿐이다.” (50대 A씨)


한국 중년이 느끼는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다. 자녀의 경제적 자립은 늦어지고, 고령화로 연로한 부모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년의 문턱에 들어선 8명 중 1명이 ‘이중과업’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으로 인한 지출이 늘면서 노후 준비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늦은 나이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는 이중 과업을 지원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가족돌봄과 노후 준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45~64세 중년 12.5%는 가족 돌봄 부담이 있으면서, 본인의 노후 준비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부담이 있으나 노후를 준비한 경우는 14.3%였다. 40대 초반 중년이 60대 중년보다 이중과업 부담이 높았다.

이중과업 부담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20세 이전 소득계층 하층, 실업 상태, 현시점 소득 하위 계층일수록 부담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가족 돌봄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며 노후 준비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집단 비율은 대학교 졸업 이상, 상용직, 소득 상위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중년 대다수는 불안감도 높았다. 10명 중 7명의 중년은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가족돌봄 부담이 있고, 노후 준비가 안 된 중년의 사회불안 인식은 11.2% 더 높았다. 연구원은 “오랜 기간 중년은 사회보장제도의 주된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며 “최근 중년 고독사 중심으로 복지정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취약성이 발현된 소수에 대한 사후적 복지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독사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인 52.1%가 50·60대 중·장년 남성이었다. 

연구원은 중년의 이중과업 어려움과 이로 인한 사회불안 완화를 위한 사회보장 정책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사회보장제도 전반적으로 중년기를 고려한 종합적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치매, 노인성 질환에 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외 노인 통합돌봄 등 공공 돌봄서비스를 확충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사회보장제도가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것에서 나아가 재편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구원은 “분절적이고 연령 중심적으로 추진해 온 전통적 사회보장제도 틀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인간 생애 경로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연령을 기반으로 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정책 공급자 관점에서 효율적일 수 있으나 수요자 입장에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년기 고립이 노년으로 지속되는 경우 정책 분절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구원은 중장년(45~64세) 세대를 ‘1차 베이비붐’(59~64세), ‘2차 베이비붐’(48~58세), ‘X세대’(45~47세)로 구분하고 357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해당 연구는 2022년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1975~1977년생이 만 45~47세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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