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출산’ 청년 절반 이상 “정부 정책·기업 지원 늘려도 애 안 낳아”

‘비출산’ 청년 절반 이상 “정부 정책·기업 지원 늘려도 애 안 낳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비출산 선호도가 높은 2040세대 절반 이상이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을 늘려도 출산 의향이 없다’고 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혼부부 대입임대 공급 확대, 정부청사 및 직장 어린이집 개방 등 저출생 꼴찌 탈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다양한 지원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비출산 선택 추세를 반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이 발표한 ‘2040세대 심층인식조사’에 따르면 ‘출산 의향이 없다’는 2040세대 남녀 1245명 중 55.9%는 정부 정책, 기업 지원과 무관하게 비출산 입장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20~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중 출산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62.25%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반면 출산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 중 44.1%는 ‘정부 정책, 기업 지원이 대폭 확대되면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정책 여건이 바뀌면 출산 의향이 있다는 ‘출산 유동층’은 남성(48.4%)이 여성(40.4%)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48.4%로 가장 높았고, 30대(41.7%), 20대(37.9%) 순이었다. 

특히 미혼, 기혼 무자녀, 기혼 유자녀로 구분할 경우 기혼 유자녀 출산 유동층이 55.3%로 가장 높았다. 미혼(34.7%)과 기혼 무자녀(47.3%)보다 최대 20%p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연구원은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 등 출산 여건이 바뀌면 기혼 유자녀층이 추가 출산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비혼을 택한 미혼남녀(544명) 10명 중 6명(61.4%)은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대폭 확대해도 비혼 입장을 고수하는 고정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8.6%는 정책과 지원 확대에 따라 결혼 의향을 바꿀 수 있는 유동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의향및유동·고정층. 한미연

2040세대는 저출산 대응 정부 정책 17개 중 ‘육아휴직 확대와 급여지원’(73.4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 ‘부모급여 및 아동수당 월간지원’(70.5점) ‘어린이 병원비 경감’(68.4점) ‘아이 돌봄 지원사업’(68.3점) ‘국공립 어린이집 및 유치원 증설’(63.7점)이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연구원은 “정부에 대해서는 경제적 돌봄 및 지원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12개 기업 지원책 중에선 ‘자녀 학자금 지원’(72.0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자녀 보육비 지원’(70.7점) ‘자동 육아휴직제도’(69.9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69.0점)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68.8점) 등의 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연구원은 “기업의 지원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과 함께 육아 휴직 등 양육을 위한 시간 보장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 유동층과 고정층의 정책 선호도는 차이를 보였다. 유동층은 정부의 ‘부모급여·아동수당’과 기업의 ‘자녀학자금 지원’에서 고정층보다 5점 이상 높은 점수를 줬다. 

연구원은 인식 수준에 따라 정책 효과에 차이가 있으며 현금성 지원, 단기적인 출산율 반등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정적으로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혜정 한미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의 방향과 규모를 결정하는데 단서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결혼 출산에 대한 유동층의 규모와 인식 수준에 따른 선호 정책을 파악한 만큼 정부와 기업이 효과적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한 정책 수요자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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