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단체 수장들, ‘입신양명’ 욕심 버려야 [데스크 창]

체육 단체 수장들, ‘입신양명’ 욕심 버려야 [데스크 창]

맹자는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은 평생 그것을 쫓아도 잡을 수 없고, 반대로 권력과 명예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은 언젠가 그들에게 잡힌다”고 했다. 현생을 사는 인간들이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꿈을 이루려는 것은 당연한 욕망이지만, 단체의 수장이 공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다면 그 조직은 안에서부터 곪을 수밖에 없다.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 리스트 안세영의 ‘폭로’ 이후 체육계는 현재 초토화 상태다. 대한축구협회(KFA) 홍명보 감독 선임 파동, 최근 심화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체육계는 온 국민의 시선을 올림픽으로 돌렸다. 올림픽 직전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금메달 5개 획득도 위태롭다”는 한심한 분석은 차치하고, 태극 전사들이 ‘파리의 기적’을 일구면서 연일 금빛 승전보를 전하자 분위기도 한층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참고 참았던’ 안세영의 작심 발언 직후 체육계 곳곳에서 억눌렸던 목소리들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쿠키뉴스가 지난 8일 단독 보도한 ‘사격연맹, 먹튀 논란 신명주 회장 고발 검토’ 기사에서 보듯, 무책임한 체육 단체 수장과 해당 조직의 고위 관계자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의 든든한 토양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 회장은 잇따른 언론 보도로 사안이 커지자 “부동산을 처분해서라도 사격연맹에 후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태세를 전환했지만, 이 역시 기약 없는 기다림일 뿐이다. ‘사격 황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쿠키뉴스에 “회장을 너무 급하게 알아본 사격연맹에도 문제가 있고, 주먹구구식으로 회장 취임을 진행한 점이 안타깝다”면서 “회장에 취임했으면 당연히 연맹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이 연맹 돈을 먼저 가져다 쓴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사실상 먹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감독 선임 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한축구협회,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는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사격연맹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언론의 주목을 비교적 덜 받는 비인기 종목일수록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해당 분야를 좌지우지하는 사람과 그 주변 세력들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일 쿠키뉴스는 ‘바둑협회-바둑회사 나랏돈 페이백 적발’ 기사에서 대한바둑협회가 바둑 업체들과 부적절한 수의계약을 맺고 ‘기부금’ 명목으로 국민 혈세 중 일부를 되돌려받았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최근 불거진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의 ‘스폰서 30% 페이백’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 대한체육회는 감사를 통해 대한바둑협회에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는데, “변호사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 회장의 배드민턴협회는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도 관심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체육계에 만연한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연말이 될 전망인데, 심지어 올해 12월부터 대한체육회는 물론 산하 체육 단체들이 모두 ‘선거 국면’으로 전환된다. 내년 1월에 일제히 회장 선거가 열리기 때문이다. 내년에 새롭게 임기를 시작할 체육 단체 수장들은 이제는 개인의 입신양명에 뜻을 두지 말아야 한다. ‘키다리 아저씨’의 좋은 사례로 손꼽히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늘 강조해온 것처럼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되,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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