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기회조차…’ 지역격차에 소외된 지방 은둔 청년 [쿠키청년기자단]

‘여기선 기회조차…’ 지역격차에 소외된 지방 은둔 청년 [쿠키청년기자단]

최근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사회 관심이 높아지며 정부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의 대응에는 큰 차이가 있다. 픽사베이

지방에 거주하는 고립·은둔 청년이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은 집 안에만 머물며 가족 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지 않고 사회 접촉을 하지 않는 청년을 말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해지면서 더욱 증가했다. 정부가 파악한 고립청년의 수는 54만명에 이른다. 청년재단과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은 연간 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미래센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미래센터는 고립·은둔 청년을 전담으로 관리한다. 인천, 울산, 충북, 전북에 설치돼 지난 14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정부 사업공모에 선발되지 못한 지역들은 고립·은둔 청년 문제 프로그램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지원 체계도 불확실하다. 지자체들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과 타지역의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지원 체계가 전무한 지자체도 존재하며, 지원 프로그램이 존재하더라도 특정 지역구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각 지자체 고립·은둔 청년 주요 지원 정책 및 프로그램. 제작=장채린 쿠키청년기자

대전에 사는 장영걸(23)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사회 진출 실패로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겪으며 은둔 생활에 빠졌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기 모습을 보며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 은둔 생활에서 빠져나올 결심을 했다. 장씨는 “서울에 있는 한 단체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대전과 서울의 거리를 생각해 거절했다. 하지만 대전에는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서울까지 올라가 석 달간 머무르며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은둔 상태에서 빠져나온 장씨는 현재는 은둔 청년 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대전에는 지금도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정책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성다은(30)씨는 서울시의 프로그램 덕에 비교적 수월하게 은둔생활에서 빠져나왔다. 성씨는 과거 다수의 성폭행미수, 성희롱 등의 상처로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성씨는 “부모님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어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로 나갈 결심을 한 계기를 말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는데 시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흥미를 자극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개인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의지를 갖게 되었고, 취업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각 지자체 고립·은둔 청년 주요 지원 정책 및 프로그램. 제작=장채린 쿠키청년기자

서울과 지방 간 고립·은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의 차이는 고립·은둔 청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김혜원 호서대학교 청소년 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하고 있다”며 “지자체 지원 여부에 따라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고립·은둔은 혼자 결심한다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전문적 도움이 필요하다. 거주지역 내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다면 고립·은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채린 쿠키청년기자
lynn343100@gmail.com
장채린 쿠키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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