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제대로 하네…‘데드풀과 울버린’ [쿡리뷰]

이름값 제대로 하네…‘데드풀과 울버린’ [쿡리뷰]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야심 차게 어벤져스의 문을 두드리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하여 현재, 데드풀은 실의에 빠져 은퇴 후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지만 실적이나 사는 게 영 변변치 않다. 소중한 사람들만이 그의 전부이던 어느 날, 시간변동관리국(TVA)이 데드풀을 찾아온다. 그가 몸담은 우주의 주축 인물인 울버린(휴 잭맨)이 사망해 이 우주가 시들고 있으니 우주를 통째로 안락사 시키겠단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중우주를 해메던 데드풀은 ‘최악의 울버린’과 만나 모종의 음모를 저지하고자 한다.

24일 개봉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은 디즈니가 내놓은 이단아다. 디즈니 최초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을 내건 만큼 시종일관 과감하고 화끈하다. 데드풀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울버린을 향한 예우를 담아내며 한 작품으로 맛깔나게 아울렀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편입된 만큼 디즈니 IP를 알차게 활용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데드풀의 강렬한 개성과 존재감은 작품이 포괄한 온갖 요소를 아우르는 치트키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로고 영상 속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대던 데드풀이 “로고송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지 않냐”며 ‘제4의 벽’(극 중 세계와 현실의 구분 선)을 허물고 관객에게 천연덕스럽게 말 거는 순간 ‘데드풀’ 시리즈가 돌아왔다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 디즈니의 판권 구매 등 ‘바깥세상’의 일을 읊던 데드풀이 “로건의 추억을 더럽히겠다”고 선언하는 걸 시작으로 ‘데드풀과 울버린’은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캐릭터 활용력이 돋보인다. 데드풀 특유의 말발과 거친 욕설, B급 유머는 디즈니 소속이 된 지금도 그대로다. 이를 옮긴 자막도 인상적이다. 흥행 영화 ‘파묘’ 등을 활용하는 등 시의적절하게 쓴 자막은 웃음을 보태는 일등 공신이다. 캐릭터들의 개성도 작품에 잘 녹아 있어 인상적이다. 시리즈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서사를 담백하게 전한다. 몇몇 장면은 울버린을 향한 데드풀식 헌사로도 읽힌다. 이들 캐릭터를 아우르는 과정 자체가 영화의 재미요소로 기능한다.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액션은 ‘데드풀과 울버린’의 핵심 무기다. 두 인물 모두 재생 능력을 가진 만큼 액션의 폭도 과격하고 과감해졌다. 이들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툭하면 피 터지게 싸운다. 그러다 보니 액션 시퀀스가 다양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일대일로 맞붙는 장면부터 단체 액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투가 압도적으로 펼쳐진다. 후반부를 장식하는 대규모 액션이 백미다.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잔혹한 장면만큼이나 웃을 곳도 많다. 오마주와 패러디를 넘나드는 장면부터 자체 IP를 끌어온 대목들에서 실소가 나온다. 기존 판권 보유사인 20세기 폭스와 새 둥지가 된 마블, 디즈니까지 저격하는 언사가 거침없다.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묘하게 빠져든다. 마블을 구원할 예수를 자처한 데드풀의 말장난식 대사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다.

데드풀과 울버린을 그리워한 팬들에겐 눈 뗄 장면 없는 선물이 될 만하다. 이들이 가진 개성과 강점을 잘 반영해서다. 두 캐릭터의 이름값을 지켜내며 새로운 맛을 차려냈다. 울버린을 좋아한 이들에겐 뭉클할 만한 대목도 여럿이다. 디즈니로 간 데드풀이 순해질까 염려했다면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두 캐릭터와 시리즈들을 접하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이해하며 즐길 수 있다. 2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상영시간 127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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