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써낸 카카오 김범수…사법리스크에 ‘휘청’ 

‘벤처 신화’ 써낸 카카오 김범수…사법리스크에 ‘휘청’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벤처 신화’를 일궈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사법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새벽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구속됐다.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벤처 1세대를 주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흙수저 성공신화’로도 유명하다. 86학번으로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SDS에서 유니텔의 설계와 개발 등을 맡았다. 삼성SDS를 떠나 지난 1998년 한게임을 설립했다. 한게임은 온라인 고스톱과 바둑, 포커 등으로 한국형 게임 채널링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한게임은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됐다. 김 위원장은 NHN 공동대표를 지낸 후 지난 2007년 퇴사,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손대는 사업마다 ‘잭팟’을 터트렸던 김 위원장은 아이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게 된다. 그는 지난 2010년 카카오톡을 선보이며 다시 업계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카카오톡을 성장 기반으로 갖춘 카카오는 끝없는 비상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합병하는 등 몸집을 점점 더 키웠다. ‘2024년 상반기 카카오 기업집단설명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카카오의 계열사는 129개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게임, 복합문화시설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지속된 확장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미용실과 보험, 완구사업,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분야로 손을 뻗으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부딪혔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업계 독과점 및 수수료 논란도 나왔다. 정치권의 연이은 질타에 사업 철수 또는 개선 작업이 이뤄졌으나 비판은 지속됐다. 

사법리스크에도 직면했다. 김 위원장 구속의 단초가 된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일에 김 위원장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콜몰아주기 의혹,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의 임원 횡령·배임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고강도 쇄신 작업에 나섰다. 그는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회사의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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