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특별 보호종’ 된 곳, 천국일까 지옥일까 [주말뭐봄]

남성이 ‘특별 보호종’ 된 곳, 천국일까 지옥일까 [주말뭐봄]

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OTT를 볼지 영화관으로 향할지 고민인 당신, 어서 오세요. 무얼 볼지 고민할 시간을 쿠키뉴스가 아껴드릴 테니까요. 격주 주말 찾아오는 [주말뭐봄] 코너에서 당신의 주말을 함께 할 콘텐츠를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주>
‘레디 셋 러브’ 스틸. 데이(켐밋사라 폰라뎃·왼쪽)와 손(퐁티왓 땅완짜른). 넷플릭스

남성만 감염되는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졌다. 인공수정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남아 출생률은 1%를 넘기지 못한다. 게다가 지난 4년간 남자아이는 1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파악된 남성 인구는 314명. 정부는 남성들을 안전한 장소 ‘팜’으로 이주시켜 윤택한 삶을 제공한다. 이 귀중한 미래자원의 짝을 찾아주는 방법이 기발하다. 4년에 한 번 오디션 프로그램을 열어 신붓감을 찾는다. 기묘한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넷플릭스 태국 드라마 ‘레디 셋 러브’가 지난달 15일 공개됐다.

‘레디 셋 러브’ 어땠어?

KBS2 ‘꽃보다 남자’에 Mnet ‘프로듀스 101’을 한 스푼 더하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향을 내면 이런 느낌일까. ‘레디 셋 러브’는 2000년대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클리셰를 요리조리 비틀며 재현한다. 주인공 데이(켐밋사라 폰라뎃)는 서민이다. 닥치는 대로 일해 아픈 동생을 부양한다. 반면 손(퐁티왓 땅완짜른)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다. ‘젠틀맨’으로 불리는 결혼 적령기 남성 5명 중 인기가 가장 많다. ‘젠틀맨’과의 결혼을 두고 벌이는 오디션에 데이가 우연히 참가하면서 둘은 만난다. 두 사람 다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사랑에 빠진다.

‘레디 셋 러브’ 스틸. 넷플릭스

과장된 코미디와 5G급 로맨스 전개 속도가 처음엔 유치하게 느껴져도 볼수록 중독된다. 그렇다고 빤한 ‘로코’는 아니다. 낙원으로 알려진 팜의 비밀이 밝혀지며 긴장감이 커진다. ‘젠틀맨’의 삶은 얼핏 근사해 보이지만 자유가 극도로 제한됐다. 매일 정해진 일과를 수행하느라 잠깐의 일탈조차 쉽지 않다. 참가자들이 팜의 모순을 자각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엔 서서히 균열이 일어난다. 드라마를 연출한 얀용 쿠루앙꾼 감독은 태국 일간지 INN과의 인터뷰에서 “‘자유’가 주제인 작품”이라며 “등장인물들이 자신을 탐험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택하길 바랐다. 자유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다. 시즌 2를 기대해볼 만하다.

주목! 이 나라

‘레디 셋 러브’를 제작한 태국은 요즘 정부 주도로 소프트파워 육성에 몰두하고 있다. K팝을 전 세계에 알린 한국이 롤모델이다. 주태국 대사관과 한국문화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센터 등의 조언을 받아 태국콘텐츠진흥원 설립도 추진 중이다. 태국은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 그룹 갓세븐 멤버 뱀뱀 등 K팝 스타들을 배출해낸 곳. 최근엔 BL(Boys Love) 드라마로 콘텐츠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태국 관광청은 2016년 일본 오사카 국제무역박람회에 태국 BL 부스를 설치해 콘텐츠를 홍보해 외국인 투자 자금 3억6000만바트(1040만달러·137억원)를 유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7월 기사에서 “일부 K팝 팬들이 태국 음악과 드라마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다만 일부에선 태국 대중문화 산업이 한국을 추월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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