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천수만, 흑두루미 1만4천마리 모여들어
- 국제보호종 수천마리 일시에 뜨고 내리는 진풍경
- 대부분 순천만과 이즈미현에서 날아와
- 겨울철새들, 3월 하순이면 대부분 한반도 떠나 - 어느새 제비 등 여름새 선발대 찾아와 - 올 가을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길
어느 새 봄이다. 우리나라 대표 간척지 중 하나인 천수만은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드넓은 들판 중간중간 트랙터가 논을 갈고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이 서서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1월 말부터 남녘이나 이웃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중간기착지인 천수만을 찾기 시작한 겨울 철새들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모여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다. 번식지인 시베리아나 중국으로 날아가려면 충분히 에너지를 축척해야하기 때문이다.
3월도 초순이 넘어서면서 이동새들은 농부에게 겨우내 빌렸던 먹이터와 쉼터를 돌려주어야한다. 어느사이 여름철새인 제비 선발대도 천수만 하늘을 날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만 마리가 넘는 천수만의 겨울 진객 흑두루미는 넓은 들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시에 뜨고 내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흑두루미는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이자 천연기념물 228호로 지정된 보호조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돼 국제적으로도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한국물새네트워크와 함께 천수만 A 지구에서 흑두루미 개체 수를 살펴본 결과 간월호 동쪽에서 1만1000마리, 서쪽에서 3000마리 등 1만4000마리가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흑두루미 개체수가 2만 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동시기를 맞아 70%가 천수만을 찾은 셈이다. 서산버드랜드는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기존 고북면 사기리와 함께 부석면 간월도리에 먹이 주기를 나눠 실시한 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지난해 일본 이즈미 지역과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로 흑두루미 1,700여 마리가 폐사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개체수가 거의 회복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이즈미市 월동지에서 북상 소식이 들린 후 다음 날 천수만의 흑두루미 수가 증가하는 패턴을 보여줘 일본에서 월동한 개체들이 대부분 천수만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즈미市 '학 박물관크레인 파크 이즈미' 공식사이트 확인 결과 3월 11일 이즈미현을 떠난 흑두루미 숫자는 총 11,969마리이다. 아직도 순천만에 남아있는 4천여마리의 흑두루미도 이 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어 한동안은 천수만의 넓은 들판에서 흑두루미 무리의 힘찬 비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종현 Birdingtour Korea 대표는 “예년보다 빨리 천수만으로 이동했지만 먹이를 비롯한 서식지 환경이 좋아 개체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월동지 환경은 번식지 환경 못지않게 흑두루미 개체 증식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길 서산버드랜드사업소장은 "흑두루미 분산을 위해 먹이 제공 지역을 다양화한 것이 효과를 내는 것 같다"면서 "향후 무논 조성 확대 및 서식 환경 안정화를 통해 세계적인 흑두루미 도래지로서 천수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창오리 5만여마리도 북상하기 전 중간 쉼터로 천수만을 이용했다. 한 겨울 최대 개체수 180여마리까지 보였던 독수리 무리는 대부분 떠나 50여 마리만 남아있다. 이곳에서 역시 겨울을 보낸 큰기러기와 쇠기러기의 최대개체수는 150,000마리, 큰고니 600여마리는 2월 말경 일찌감치 번식지를 찾아 떠났다.
서산 천수만 철새도래지에는 이처럼 겨울새들의 월동지는 물론 북상하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의 허브공항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