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를 하는 남녀의 밀어가 이렇게나 포근했던가.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와 미국 싱어송라이터 우미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노래 ‘웨어에버 유 아’(Wherever u r)는 볕이 잘 드는 다락방을 떠올리게 한다. 분위기가 따뜻하고 안락해서다. 우미의 음악은 대체로 투박하고 친근하다. 녹음도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날 것의 정서를 만나고 싶다면 다음 달 9일 서울 영등포동 명화 라이브홀로 달려갈 일이다. 우미가 두 번째 내한 공연을 여는 곳이다. 11일 서면으로 만난 우미는 “‘웨어 유 아’를 처음 공연하는 자리라 신난다”고 말했다.
‘웨어에버 유 아’가 탄생한 과정은 그야말로 Z세대스럽다. 뷔가 지난해 10월 SNS에 우미의 노래를 소개했고, 이를 본 우미는 뷔에게 ‘같이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DM(쪽지)으로 제안했다. 당시 입대를 앞뒀던 K팝 슈퍼스타는 미국의 젊은 싱어송라이터와 문자를 나누며 곡을 완성했다. 우미는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뷔는 솔풀(soulful)한 아티스트에요. 그는 팬들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시합니다. 많은 면에서 제게 영감을 줬어요. 이 아름다운 협업에 감사합니다.”
노래는 지난해 12월 공개 직후 전 세계 아이튠즈 89개 지역 정상에 올랐고, 빌보드가 집계하는 글로벌 차트에도 진입했다. 우미는 “우미버스(우미 팬덤)와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힘으로 이룬 일”이라며 “공동체의 힘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팬들이 세계 음악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2017년 데뷔한 우미는 음악을 통해 소외된 이들을 옹호하길 바라왔다. 대표곡 ‘리멤버 미’(Remember me)가 이를 보여준다. 조회수 4000만뷰를 자랑하는 이 곡 뮤직비디오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나온다. 우미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세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우미가 가진 복잡한 정체성에서 비롯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 ‘우미’는 일본어로 ‘바다’란 뜻이다. 우미는 “이 이름이 내 영혼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바다처럼 확장적이에요. 많은 활동을 즐기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릅니다. 저는 바다처럼 흘러요. 제 음악에 영감을 주는 감정들이 노래에 바다 같은 흐름을 주죠. 저는 바다처럼 강해요. 누군가가 흘러들어와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바다처럼, 저도 저 자신이 되길 두려워하지 않아요.”
내달 내한공연에서 들려줄 신보 ‘토킹 투 더 윈드’(talking to the wind)는 우미가 “1년간 쓴 일기장” 같은 음반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경험하며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냈다. 종종 명상도 했다”며 “내가 배운 것들이 듣는 분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사람들이 내적 평화를 찾는다면 세상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그는 종종 유튜브 채널에 명상 영상을 올린다. 뷔와 작업한 ‘웨어에버 유 아’도 명상 영상 배경음악으로 썼다. 시청자는 우미를 통해 ‘음악 속의 고요’를 찾는다. 우미는 “이번 내한공연에선 관객 모두 자신에게 더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며 “더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