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민 쉼터 마을회관이 도미노피자 창고로 둔갑

[단독] 주민 쉼터 마을회관이 도미노피자 창고로 둔갑

지자체는 “나 몰라라”…불법 방치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한 마을회관. 이곳은 창고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마을회관이 2년 넘게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며 불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A리 마을회관은 도미노피자(청호디피케이주식회사)의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창고 사용을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해당 마을회관에 대한 전세임대 계약을 맺었다. 현재 2년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 연장한 상황이다. 
 
마을회관의 창고 사용은 불법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마을회관 이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어서다. 이는 지난해 12월 남양주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당시 한근수 남양주시의원은 “동일 동네에 마을회관 2개가 존재하는 지역들이 몇 군데 있다. A리도 그런 곳 중 하나”라면서 2021년 6월21일 사용승인을 받은 신축 마을회관이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그린벨트 지역에는 창고 건물과 같은 일반 개발을 할 수 없다.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은 가능하다. 등기부등본을 보니 증여를 받은 분이 임대사업을 했다는 정황이 있다. 전세권이 설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 지역민만 빼고는 신축 건물을 마을회관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것 같다”며 마을회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 점검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와부읍 행정복지센터(옛 읍사무소) 도시건축과장은 행정감사장에서 “기존 마을회관 토지주가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해서 마을회관을 이전 신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을회관이라서 별다르게 한 것은 아니고 건축물에 대해선 관리하고 있다. 지금 임대한 부분까지 확인이 안됐다.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취재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마을회관은 여전히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도미노피자 측은 “지금 피자오븐기를 수리하고 매장 집기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고 있다. 전세임대는 2년 계약 종료 후 자동으로 연장됐다. 그래서 지금도 사용 중”이라며 “계약 당시 마을회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 있던 건물을 계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와부읍 측은 여전히 창고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담당 과장은 “건축물 용도가 마을회관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 지금은 비어 있고 창고로 쓰는 개념도 아니다. 뭘 갖다 놓았을 수 있지만 거기서 무슨 경제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마을회관에 전세권이 설정된 부분을 지자체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을회관 소유권이 마을이 아닌 개인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마을회관은 와부읍 행정복지센터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지 약 한달 후인 2021년 7월22일 마을대표 B씨에서 남양주에 거주하고 있는 C씨에게 증여됐다.  
 
그는 “전세임대는 사인 간의 문제다. 마을회관 신축은 마을에서 단독으로 자기네 비용으로 했다. 마을에서 어떤 사정이 있어서 개인에게 매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인 간에 무슨 계약을 하던, 그것까지 행정기관에서 상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읍은 건축물이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부분을 관리할 뿐이다. 전세임대를 주는 행위는 상관을 안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서류상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사용을 안 하면 뭐라고 얘기할 순 없다. 시정명령을 내리더라도 그 사이에 물건을 비워서, 건축물을 사용 안 한다면 행정조치를 안 한다. 실제 지금 사용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에 마을주민은 회관의 운영상 어려움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이해를 구했다. 마을 대표인 A리 이장은 “마을회관이 비어 있기 때문에 물건 몇 개를 갖다 놓고 그러는 것 같다. 시골에서는 마을회관을 운영하기도 힘들다 보니까는 누가 물건을 좀 갖다 놓고 쓰자면, 그렇게 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해를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