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주요 자금원인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의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이버 범죄, 암호화폐 자금세탁부터 무모한 우주 및 탄도미사일 시험에 이르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3자 이니셔티브들을 출범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한미일이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잇따라 마련한 공조 메커니즘을 설리번 보좌관이 말한 새로운 3자 이니셔티브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원래 북한의 사이버 위협 대응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던 주제다. 한미는 지난해 8월부터 양국의 북핵 차석대표(국장급)가 수석대표를 맡고 사이버·가상자산 분야 유관 부처가 참석하는 실무그룹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다 올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까지 포함하는 3국 공조가 본격화됐다.
당시 한미일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사이버 활동을 통한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포함, 3국간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3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협의체와 외교당국간 실무그룹 등 크게 두 가지 갈래로 공조 메커니즘을 신설하는 작업을 해왔다.
NSC 차원에서는 앤 뉴버거 미국 NSC 사이버·신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이치가와 케이이치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차장이 10월 말 워싱턴DC에서 회의를 하고 ‘고위급 사이버 협의체’ 신설에 합의했다.
당시 3국 NSC 인사들은 북한 사이버 활동에 대한 차단 방안을 합동으로 마련하는 것을 포함해 3국의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고, 분기별로 회의를 정례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어 이달 7일 도쿄에서는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이시즈키 히데오 일본 외무성 사이버안보대사가 수석대표를 맡은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당국간 실무그룹’이 출범했다.
실무그룹 1차 회의에는 한미일 외교당국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 부처의 북핵·사이버 담당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3국 NSC가 큰 틀의 지침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면 실무그룹에서 3국의 구체적인 공조 방안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까지 참여해 3국이 공조를 본격화하면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노출된 국가 등과 협력 폭이 늘어날 수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한미는 지난달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 사이버 위협에 취약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외교 노력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자는 논의를 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아세안 5개국 인사들을 대상으로 북한 사이버 공격 사례와 수법, 사이버 보안 강화 방안 등을 전수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앞으로는 일본도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자체도 북한 사이버 공격 표적이다. 지난 5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블록체인 분석회사인 엘립틱과 공동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이버 공격으로 일본의 가상화폐 7억2100만달러(9517억여원)를 탈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북한이 전 세계에서 탈취한 가상화폐 23억 달러의 30%에 해당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