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칼부림, 피해자는 누구에게 배상 받을까 [기고] 

분당 칼부림, 피해자는 누구에게 배상 받을까 [기고] 

법무법인 한별 이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한별 이성우 변호사
이른바 분당 흉기난동범 최 씨에 의하여 피해를 보았던 여성분의 사망소식에 온 국민이 비통해 하고 있다. 문득 변호사로서 해당 여성분의 유족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분들이 누구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밝혀져야 되겠지만 최 씨 본인의 경우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자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구조청구를 생각할 수 있으나, 청구의 대상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장해 또는 중상해를 입은 경우로 제한되어 있고 해당 구조금도 대통령령에 따른 제한이 있어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가해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할 수 있나? 미성년자와 달리 성년자의 경우 그 부모는 성년자의 불법행위책임에 대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이 없다. 

그러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판례를 살펴보자, 해당 사건은 아버지가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장애 3급의 정신질환자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가 아들이 자신의 방에 불을 붙였는데, 아버지가 이내 그 불을 껐으나, 아들이 다시 불을 질러 그 불이 옆 집으로 옮겨 붙어 옆 집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해당 피해자들이 아들과 아버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건이다. 

법원은 아버지가 아들의 직계존속으로서 아들의 방화 등 우발적인 행동을 미리 방지하고 이와 같은 우발적인 행동이 있더라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위반한 과실로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아들과 같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례는 ‘정신질환자가 심신상실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여 배상의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755조 제1항에 따라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 있는 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정신질환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감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기사 등을 종합해 보면 난동범 최씨는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바 있으며 경찰 또한 최씨가 피해망상 등 정신질환에 따른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최 씨는 구 정신보건법상의 ‘정신질환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고, 최 씨는 성년자이고 그의 부모과 범행 직전까지 따로 살았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일응 최 씨 부모는 민법상의 부양의무자로 최 씨의 정신보건법상 보호의무자 즉 감독의무자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피해자들이 차후 최 씨 부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씨가 받았다는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에 대한 정확한 내용, 치료를 중단하게 된 경위, 범죄가 이루어지기 전 최씨의 부모와 최 씨가 별도로 살았다고 하는데 어떠한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범죄 직전에 최씨가 부모의 집에 함께 며칠 거주하게 된 경위, 당시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서 최 씨 부모의 관리 감독책임 등에 대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씨 스스로 차도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중단’하였고 이를 그 부모가 방치하였다는 점은 감독의무 소홀의 주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불어 최 씨가 몰고 온 차량의 명의가 모친의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차량으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를 원인으로도 그 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변호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개별적인 사건에 천착(穿鑿)할 수밖에 없으나, 이러한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에 대한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여 본다. 글=법무법인 한별 이성우 변호사.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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