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펼쳐지는 빛의 물결…도심 속 낭만 ‘서울라이트 DDP’ [르포]

한여름 밤 펼쳐지는 빛의 물결…도심 속 낭만 ‘서울라이트 DDP’ [르포]

이달 10일까지 오후 8~10시 서울 DDP서 진행
QR 코드 통해 오디오 가이드·행사장 동선 제공

31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여름’이 개최됐다. 노유지 기자

31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미래로. 최고 기온 35도를 웃도는 열대야 속에서도 시민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작품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개막한 ‘서울라이트 DDP 여름’으로 발걸음한 관람객은 젊은 연인부터 친구, 가족까지 다양했다. 도심 한가운데서 열린 빛의 축제에 시민들은 모두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DDP와 외부를 잇는 다리 위로 올라서면 곡선형의 건축물을 따라 펼쳐지는 거대한 미디어아트가 가장 먼저 반긴다. 작품 제목은 ‘인투 더 웨이브스 오브 라이트(Into the Waves of Light)’. 시공간을 넘나드는 빛의 궤적을 표현한 이 작품 앞에선 지나가던 시민들마저 발을 멈췄다. 평소 걷는 데이트를 즐긴다는 이재원(32·남)씨와 조아라(35·여)씨는 “우연히 왔는데 빛으로 꾸며진 DDP를 보니 조성을 참 잘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DDP의 중심지인 팔거리엔 ‘플럭스(Flux)’가 설치됐다. 온라인 소통 속 알고리즘을 시각화한 몰입형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전시 첫날을 기념해 사운드 크리에이터 준곽이 디제잉 공연을 선보였다. 환하게 빛나는 설치물을 구경하는 관객들의 눈동자 또한 낭만에 젖어 반짝거렸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DDP에서 시민들이 팔거리에 설치된 ‘플럭스(Flux)’를 구경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 바로 위로 떨어지는 빛의 물결을 만나게 된다. ‘빔 트레이스(Beam Trace)’는 레이저와 안개를 활용해 시간의 궤적과 초월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날 처음으로 문을 연 수변공간에선 ‘리듬 인 포그(Rythm in Fog)’가 마련됐다. 지난해 디자인을 공모해 1월부터 설계를 진행한 이 수경시설은 바닥분수와 안개 분사 장치를 갖췄다. 여기에 설치된 작품도 수변공간의 특성을 반영해 별처럼 쏟아지는 빛의 파편을 표현했다.

이번 서울라이트 DDP의 주인공은 옛 한양도성 성곽을 중심으로 기획한 ‘라이트 드롭스(Light Drops)’와 ‘플루이드 메모리(Fluid Memory)’였다. DDP가 품은 한양 성곽 일대를 따라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에 시민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시시각각 빛을 달리하는 180개의 미디어 물방울 조형물을 배경으로 관람객들은 연신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막내아들 현민승(13·남)군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손지영(53·여)씨는 “지금까지 역사박물관이나 삼청각 같은 문화 공간을 방문했지만, 아들이 오늘처럼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개막 소식을 알게 됐는데, 젊은 세대일수록 접하기 어려운 한국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DDP에서 시민들이 한양도성 성곽을 중심으로 기획된 ‘라이트 드롭스(Light Drops)’와 ‘플루이드 메모리(Fluid Memory)’를 구경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다만 복잡한 동선에 대한 안내가 정확히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날 미래로 입구에서 만난 박모(40대·여)씨는 나모(10대·남)군을 데리고 행사장에 방문했지만 “어디서 뭘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행사를 소개하는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따로 위치를 안내해 주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박영희(31·여)씨도 “동네 주민이라 이런 행사가 있으면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이전보다 다양하게 꾸며진 점은 장점 같다”면서 “다만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작품들의 위치가 잘 알려지지 않아 두리번거리면서 길을 찾는 관광객들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행사 첫날이다 보니 안내요원 교육이 다소 미흡했다”며 “행사장 입구에서 배부하는 리플렛에 오디오 가이드와 동선을 안내하는 QR코드가 있다. 안내요원들을 상대로 관련 내용에 대한 숙지를 당부했으며, 앞으로 이어질 행사에서도 시민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해 “(한양도성 성곽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은 DDP가 생긴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처음인 것 같다”며 “소프트웨어 강국이자 문화 수도 서울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할 기회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라이트 DDP 여름은 오는 10일까지 매일 오후 8~10시 사이 무료로 진행된다.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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