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더니’ 태영호 또 실언?…“日 외교청서, 한일관계 개선의 징표”

‘한숨 돌렸더니’ 태영호 또 실언?…“日 외교청서, 한일관계 개선의 징표”

‘독도 일본 땅’ 명시한 외교청서에 대한 과한 긍정 해석
되려 尹 정부에 부담될 듯…정부, 日대사 초치 ‘강력 항의’
장성철 “남북연락소 폭파 때 ‘대화하자는 얘기’ 발언 동일 수준”
양기호 “전형적 우파 포퓰리즘 발언…주효할지는 의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임형택 기자

일본 정부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시된 외교청서를 발표해 윤석열 정부가 난처한 가운데 여당 최고위원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일본 외교청서를 “한일관계 개선 흐름의 징표”라고 과도하게 해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제주 4·3 실언에 이은 또 다른 실언이라는 평가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개인 논평을 통해“이번에 공개된 일본의 ‘외교청서’에는 기시다 내각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의지가 반영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시작한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을 일본이 적극적으로 이어 나가겠다는 징표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태 의원은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 다양한 과제 대응에서 협력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문구가 추가됐다는 점에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강조했으며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긍정적인 평가와 위안부 문제 서술에 대한 부분적 삭제가 눈여겨 볼 만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섣불리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내용이 기술되지 않은 점을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과잉 해석으로 일본의 고의성을 판단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모든 국가는 자신들이 취할 이익을 계산하며 움직인다.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힌 한일문제는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일본은 앞으로도 역사 왜곡이나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계속할 것이다.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냉정하게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영호 의원이 13일 배포한 보도자료. 의원실

해당 논평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외교 성과를 치켜세우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하지만 ‘독도가 일본의 땅’이라는 다소 납득이 어려운 주장이 포함된 외교청서를 한일관계 개선의 징표라고 표현한 것은 과한 해석이자 실언이라고 볼 수 있다.

여당 최고위원으로 최근 당내 혼란을 야기한 발언의 주인공인 만큼 한마디 말에도 신중함을 기해야 하지만 국민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셈이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역사 왜곡 행태를 보인 일본의 모습을 ‘한일관계 개선의 징표’라고 표현하면서 반일 여론을 바꿔볼 심산일 수도 있으나 윤 정부가 외교청서 발표 후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굴욕 외교를 더욱 두드러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연락소 폭파하자 ‘대화하잔 행동’ 주장한 民 의원들과 같은 수준”
“총선 염두에 둔 우파 포퓰리즘 발언”

정치 외교 전문가들은 태 의원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는 극명히 다른 일종의 실언이라고 평가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리위 징계받고 싶어서 자발적인 자살골을 넣는 게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까지 든다”며 “상식적인 일반 국민의 판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장 소장은 “북한이 문재인 정권 시절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을 때 몇몇 민주당 의원은 ‘이건 남북대화를 하자는 그런 행동’이라고 말해 뭇매를 맞았는데 마치 그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과 공천 등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모습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1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다양한 정치적 관점과 시선을 가지고 있기에 외교청서 일부분만을 부각시켜 한일관계 개선의 기반이 마련됐다 주장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국민적 시선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파 표심을 얻으려는 전형적인 우파 포퓰리즘 전략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층에서도 한일 대일 외교가 실패했다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어 태 의원의 우파 포퓰리즘 전략이 지지층 사이에서 잘 먹혀들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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