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주 64시간 개편안에 “일하다 죽으라는 거냐”

양대노총, 주 64시간 개편안에 “일하다 죽으라는 거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노동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일제히 입장을 발표하고 일주일 동안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개악’으로 규정했다.

한국노총은 성명문을 통해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1주 64시간을 꽉 채우라는 말”이라며 “죽기 직전까지 일 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과로 산재는 인정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안대로 연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포괄임금제와 야간노동 등 근로조건을 악화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현장에서 불법 관행으로 만연하고 있는 포괄임금 약정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며 “이제까지 불법을 방치한 정부가 이제 와서 노동시간 제도개편 대책으로 내세울 것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특히 2급 발암물질로 평가받는 야간노동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실태조사 연구 등 실효성이 불분명한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기업 상황에 따라 무조건 일을 먼저 시키고 사후적으로 건강 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개편안을 “노동자의 이익은 찾아볼 수 없는 독으로 가득 찬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11시간 휴식시간 보장마저 빼놓고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휴일을 늘려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생활과 생존이 어려워 실질적인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에게 수당을 포기하고 휴식을 하라는데, 이는 작은 사업장과 저임금 노동자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현장에는 노동자에게 선택권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노사 당사자의 선택권이란 실제 현장에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 경영상 효율성 제고와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1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를 공식화한 이후 6년 만의 개편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법정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다. 개편안은 노사가 근무시간을 협의해 연장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면 주 최대 69시간을, 휴식시간이 없다면 주 최대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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