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오락실’, 멤버들 즐거움이 1순위였죠” [쿠키인터뷰]

“‘지구오락실’, 멤버들 즐거움이 1순위였죠” [쿠키인터뷰]

tvN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을 연출한 박현용 PD. tvN

“영석이 형 울겠다!”

21세 이영지가 22년 차 나영석 PD를 쥐락펴락한다. 천하의 나영석 PD도 MZ세대 앞에선 두 손 두 발 다 든다. 출연자들은 시종일관 흥이 넘친다.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춤을 춘다. 넘치는 수다에 오디오가 빌 틈이 없다. 제작진이 우스갯소리로 ‘돈을 줄 테니 조용히 하라’고 할 정도다. 출연진보다 제작진이 먼저 지치는 예능.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 이야기다.

지난 5일 ‘지락실’을 공동 연출한 박현용 PD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만났다. 박 PD는 “MZ 세대에게 화제가 되길 바랐는데 좋은 반응들이 나왔다”며 뿌듯해했다. ‘지락실’은 코미디언 이은지와 가수 이영지, 오마이걸 미미, 아이브 안유진이 달나라 토끼 ‘토롱이’를 잡는다는 세계관에 투입돼 각종 게임을 해나간다.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 사단이 만든 새 예능이다. 베테랑 제작진과 MZ 세대 출연진이 만나자 기존엔 볼 수 없던 새로운 재미가 터져 나왔다. “저희가 어딜 가도 ‘빡세다’고 소문난 사람들인데 ‘지락실’은 달랐어요. 이 친구들이 저희 머리 위에 있더라고요.” 기세 좋은 출연진은 ‘지락실’이 발굴한 최고의 수확이다.

“녹화하면서 제작진끼리 ‘운을 다 끌어다 썼구나’라고 했어요. 캐스팅 단계에서 여러 가지로 계산해보고 조합이 괜찮을지 생각했는데, 첫 만남부터 예상보다 합이 더 잘 맞더라고요. 영지 씨는 MZ의 아이콘이잖아요. 저희가 ‘영지 코인’을 탄 셈이었죠. 은지 씨는 요즘 떠오르는 재미난 희극인이에요. tvN ‘코미디 빅리그’를 연출했던 남경모 PD가 늘 은지 씨를 추천하곤 했죠. 미미 씨는 유튜브를 보며 저희와 잘 맞겠다고 느꼈어요. 유진 씨는 나 PD님과 우정 작가님이 먼저 이야기한 친구예요. 예능에 최적화된 재미난 언니들이 있으니 순하면서 잘 받아주는 영리한 막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랐어요. 의외의 캐스팅인데 대박이 터졌구나 싶었죠.”

tvN ‘뿅뿅 지구오락실’ 방송화면 캡처

‘지락실’ 멤버들은 넘치는 에너지로 노쇠한 제작진을 밀어붙인다. ‘게임 더 없냐’고 끊임없이 물어보고, 휴식 시간에도 쉬지 않는다. 박 PD는 “제작진은 멤버들을 조심스럽게 생각했다”면서 “함께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안일하게 게임을 준비한 것 같아 반성했다”고 말했다. 예상 밖 상황이 마구 펼쳐진 현장이었다. “MZ 세대는 방 탈출 게임에 익숙할 것 같아 토롱이 잡기에 추리 요소를 넣었어요. 근데 무작정 달려서 잡더라고요. ‘고요 속의 외침’ 게임은 영지 씨의 발성이 워낙 좋아 헤드셋이 무용지물이었어요. 제작진이 아무리 준비해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됐죠.” 촬영 당시를 회상하는 박 PD의 얼굴이 밝았다. 그는 ‘지락실’의 재미가 의외성에서 나온다고 봤다.

“매번 갑의 위치에 있던 제작진이 을로 전락하는 맛이 있더라고요. 기존 예능과는 달랐어요. 저희는 변수가 많은 걸 좋아해요. 예측하지 못한 그림이 나와야 재미있잖아요. 돌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신이 났어요. 연출자로서 ‘똑똑한 요즘 애들’인 출연자들에게 고마웠죠. 물론 저희의 수를 다 읽히거나 토롱이 잡기 게임이 금세 끝날 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요. 시청자분들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신이 났어요.”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는 ‘지락실’에 재미를 더했다. 고기를 굽다 무심결에 집어먹는 박 PD의 모습이나, 촬영 종료 후에도 춤을 추는 출연진을 찍기 위해 식사를 멈추고 휴대전화를 드는 촬영팀 모습이 화제가 됐다. ‘여고생들의 수련회를 보는 것 같다’, ‘삼촌과 조카들 같다’는 시청 평이 나왔을 정도다. 제작진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저희끼리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나 대학교 MT가 생각난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출연진부터가 모든 상황을 즐기니 분위기가 살더라고요.” 스태프 모두 ‘지락실’과 출연진의 팬이 됐다. 박 PD도 마찬가지다. 

“유진 씨는 인간 자체가 강한 타입이에요. 요즘 말론 ‘인자강’이라 하죠. 모든 상황을 다 받아줘요. 맑은 눈의 광인이라면서 ‘안광’이라는 말도 붙잖아요. 의외의 캐릭터예요. 미미 씨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내뱉는 매력이 있어요. 영지 씨는 말할 것도 없이 ‘지락실’의 괄괄이죠.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매력과 장점이 있는 친구예요. 은지 씨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앞으로 여러 프로그램에서 잘될 것 같아요. 멤버 모두가 어딜 가도 잘할 사람들이에요. 이런 멤버들이 뭉친 게 ‘지락실’이에요. 김치피자탕수육 같은 매력이 있죠.”

tvN ‘뿅뿅 지구오락실’ 스틸컷. 왼쪽부터 코미디언 이은지, 그룹 오마이걸 미미, 아이브 안유진, 가수 이영지. tvN

‘지락실’은 방송 전부터 이영지가 공개한 댄스 챌린지 영상으로 먼저 주목받았다. 출연진이 춤을 추며 놀다 즉흥적으로 기획해 직접 촬영했다. 제작진의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 기성세대에 속하는 제작진에겐 충격이었다. 크리에이터로서 이들의 능력에 감탄했단다. 제작진이 제작한 공식 티저 영상보다 이영지의 챌린지 영상이 조회수를 큰 폭으로 상회했을 정도다. 미디어의 판도가 뒤바뀐 시대. 박 PD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지락실’은 제가 기존에 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낮아요. 하지만 타격감이 전혀 없어요. 작년을 뒤흔든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평균 시청률이 2%대였던 거 아세요? 지금 세대를 타깃으로 삼으려면 새로운 기준을 잡아야 해요. 과거엔 모두가 하나의 미디어만 소구했다면, 지금은 모두가 각기 다른 콘텐츠를 봐요. 다소 민망하지만, 예전에는 저희가 하는 게 곧 유행이 됐어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죠. 지금 세대가 좋아하는 것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해요. 패권을 잡기 위해 제작진이 마음만이라도 젊어질 필요가 있어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만큼 시즌 2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박 PD는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며 새 시즌 방향성을 설명했다. 다음 시즌에선 제작진이 출연진을 휘두를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PD는 너털웃음과 함께 “노력은 하겠지만 확신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박 PD는 출연진의 즐거움을 1순위로 생각한다.

“멤버들이 신날 환경과 깜짝 놀랄 만한 구성을 준비할 생각이에요. 물론 이번처럼 100% 다 통하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하려 합니다. 이 친구들이 신나게 즐길 상황을 만드는 게 1순위예요. 이번 시즌을 통해 뭘 좋아하고 뭘 맛있어하는지 파악했으니, 여러 가지로 보강해 적재적소에 재미 포인트로 넣어볼 생각이에요. 게임 난이도도 조정할 거예요. 시청자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보겠습니다. 방송에도 나온 말처럼, 저희는 10년은 봐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니까요.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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