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시사 漢字 ] ‘심심한 사과(甚深한 謝過)’는 심심해서?…75% 국민이 '실질 문맹'?

[ MZ시사 漢字 ] ‘심심한 사과(甚深한 謝過)’는 심심해서?…75% 국민이 '실질 문맹'?

[MZ세대를 위한 한자 이해] 심심한 사과
지나칠 정도(甚)로 깊이(深) 말로써 예의를 다하는(謝) 지나간 일(過)...즉 '지난 일에 대한 깊은 반성'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 진짜 XXX들 같다.”

지난 20일 한 콘텐츠 전문 카페가 올린 트위터 공지글에 이 같은 지적들이 쏟아지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또 ‘어휘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 카페는 한 웹툰 작가 사인회의 예약 오류에 대해 사과하면서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 공지글에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욕설 등과 함께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공지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요”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줌”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 이라고 적어야 했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심심한 사과’가 등장하기도 했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관련 논란이 온라인 공간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게 실감이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심심한 사과는 과도한 한자어 사용이다. 사회생활을 안 해 본 미성년자들은 이 표현을 모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하다’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혼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표현을 모를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심심하다’를 과도한 한자어로 보기는 어렵다” 등의 반박도 제기됐다.

해당 웹툰은 성인 웹툰이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착각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이하 생략⋅출전 국민일보)

                                                   이 사과는 사과(謝過)가 아니다. 픽사베이 이미지 사진
甚深한 謝過(심심한 사과)

□ 지나칠 정도(甚)로 깊이(深) 말로써 예의를 다하는(謝) 지나간 일(過)...즉 '지난 일에 대한 깊은 반성'

누리꾼 사이에 '심심한 사과' 논란이 일었습니다. 많은 매체가 '어휘력 논란'으로 보도했습니다. '사흘'을 '4일'로 알거나, '금일(今日)'을 '금요일(金曜日)'로 착각하는 등의 온라인 글쓰기가 종종 보도되곤 했죠. 이번 일도 그러한 가십이라고 할 수 있죠. 결론은 MZ세대 어휘력이 타 세대에 비해 떨어진다는 거지요.

해당 누리꾼이 '심심한 사과'를 이해 못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짧은 사과(謝過)에 화가 나서 동음이어로 비꼬는 맥락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렇다하더라도 욕설은 좀 심하고요. 

'심심한 사과'에 대한 화제성 기사를 다룬 보도 매체들은 우리나라 사람의 '실질 문맹률'을 탓합니다. 우리 국민의 '기본 문맹률'은 1%에 불과하지만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이 75%라는 거지요. '문맹'은 글(文)에 대해 눈이 먼(盲) 것이니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을 칭하는 거지요. 

따라서 '실질 문맹률'이란 말은 성립이 안 됩니다. '문해율(文解率)' 또는 문해력이라고 해야 합니다. 글(文)을 읽고 깨닫는(解) 능력이 부족한 거겠지요. 

지금도 시골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곳에는 교회나 시민단체가 '문해학교'를 운영합니다. 그걸 '문맹학교'라고 하지는 않아요. 수강자 대개가 '문맹'이라 하더라도 '문맹'이라는 어휘에 정서적 거부감이 있어서 입니다. 

어휘는 사회와 나와의 개념에 대한 약속입니다. '심심(甚深)하다'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개념을 가진 어휘라는 것을 서로가 약속했으면 정확히 사용해야 맞는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넘사벽' 같은 각종 줄임말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 약속의 개념의 관습 언어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아직은 유행어죠.

심할
깊을
한        한

갚다
지날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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