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부터 영업·관리까지 가상현실 속으로?

보험, 설계부터 영업·관리까지 가상현실 속으로?

보험환경에 AI·빅데이터딥러닝·메타버스 적용 ‘시동’, 실현가능성은?
교보생명-디플래닉스, KAIST와 손잡고 ‘미래보험 AI연구센터’ 설립

최근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에서의 의견교환이 실현되고 있다. 사진은 메타버스환경에서 열린 학술대회의 모습으로 본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 사진=대한통증의학회

#. 아바타(Avatar) 혹은 미니미(MiniMe)로 일컬어지는 분신 둘이 최근 메타버스로 잘 알려진 가상공간에 마주 앉아있다. 이들은 한 보험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눴고, 종국엔 소비자가 현실 속에서 생체인식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후 사라졌다. 반면 설계사는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였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AI설계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한 설명을, 또 다른 공간에서는 고객들의 가입성향과 상품의 사업성에 대한 분석을 이어갔다.

이는 보험업계의 미래 중 하나다. 그리고 어쩌면 근시일 내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모습이다. 그 단초를 교보생명이 열었다. 교보생명은 2021년 12월 교보정보통신의 자회사인 데이터 분석 전문법인 ‘디플래닉스(DPLANEX)’를 발족한데 이어 25일 카이스트(KAIST)와 함께 KDK(KYOBO-DPLANEX-KAIST) 미래보험 AI연구센터’를 개소했다. 빅데이터, 딥러닝, AI, 메타버스 등 4차 산업을 대표하는 개념들을 보험산업에 접목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실제 KDK 미래보험 AI연구센터는 “급변하는 보험산업에서 AI기반의 디지털 혁신 기술을 발굴해 실무에 적용함과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의 미래 보험산업을 전망하는 센터”라는 설립배경을 내놨다. 중장기 과제로는 △메타버스 등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보험영업 관리, 실무형 과제로는 △AI기반 상품 트렌드 및 리스크(위험) 예측 △데이터 중심 고객관리 등을 설정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서술한 보험업계의 미래모습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의 정형화된 정보 또는 기록을 넘어 가상환경에서 아바타가 보이는 행동이나 모습, 대화 등 영상적 정보를 함께 분석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 예정이다. 연구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는 보험가입의도와 같은 의미를 파악하거나, 수집 정보 속 숨겨진 연관성을 도출하는 등의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황지영 KAIST 전산학부 교수, 김대식 KDK 미래보험 AI연구센터장, 강준혁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부장, 김범진 디플래닉스 대표이사,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DT지원담당 겸 디플래닉스 디지털전략총괄, 최진선 디플래닉스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원이 24일 공동설립한 KDK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진=디플래닉스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DT지원담당 겸 디플래닉스 디지털전략총괄은 나아가 “교보그룹은 금융보험 분야 외에도 문고 등 커머스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영역을 아우르고 있다”면서 “KDK 미래보험 AI연구센터를 통해 여러 사업 분야의 디지털 현안을 AI, 빅데이터, 딥러닝 등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해결하고, 교보그룹이 생명보험 및 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사업의 성공을 넘어 확대가능성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역에서 영업이나 고객관리로까지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처음인 듯한데, 조금 지켜봐야하지 않겠냐”면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생명보험’은 소비자들이 여타 보험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보험의 복잡한 구조나 대면 중심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기에 가상 속 AI가 이를 대체할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인 A씨는 “보험영업은 결국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심리적 불안을 상품가입이라는 행위로 얻는 심리적 안정감을 파는 것”이라며 “사람의 깊은 내면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고도의 심리적이고 정신적 교류를 컴퓨터(AI)가 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더구나 고객들 또한 가상현실을 진정한 현실로 인식하는 것도 아직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보생명의 이번 시도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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