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위기마다 열린 법관회의…26일 ‘재판 독립’ 논의

사법부 위기마다 열린 법관회의…26일 ‘재판 독립’ 논의

2003년 사법파동 속 자생적 출범…블랙리스트 계기 상설화
최기상·최한돈 첫 지도부…이번엔 대법원 판결 대응 주제

지난해 12월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회의에 참석자들이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열린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신속 판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면서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이에 따라 임시회의가 소집됐다. 회의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외부 공격과 재판의 독립성·공정성 훼손 시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소집돼 왔다. 그 시작은 2003년 ‘4차 사법파동’이다. 대법관 임명을 둘러싸고 고위 법관과 중견·소장법관 간 갈등이 발생했고, 100명 넘는 판사들이 인선 개혁에 찬성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같은 해 8월18일, 판사 70여명이 참석한 ‘전국 판사와의 대화’가 긴급 개최되면서 회의체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에서는 대법원장의 의견을 존중하되, 향후 인사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2009년에는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2017년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며 법관대표회의가 재소집됐다. 특히 블랙리스트 파문은 회의체의 상설화를 이끌었다. 대법원 규칙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규칙’이 제정됐고, 같은 해 6개월간 ‘판사회의’란 이름으로 활동한 뒤 2018년 4월9일 정식 출범했다.

첫 회의에서는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의장,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각각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특히 최기상 의장은 이후 법원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21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에도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법농단’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12월9일 정기회의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예영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현 의장)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집단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헌정질서 수호는 법관의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 회의는 지난달 14일 열린 정기회의로, 김예영 의장의 연임 여부와 법원행정처의 시스템·인사 관련 설명이 주요 안건이었다. 26일 열리는 임시회의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속도와 형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결론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의 개최에 찬성한 법관은 26명에 불과한 반면, 반대한 인원은 70여명에 달한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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