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표시 없는 카페…리스트 공유하는 엄마들 [놀이터통신]

'노키즈존' 표시 없는 카페…리스트 공유하는 엄마들 [놀이터통신]

"노키즈존인지 알려야" vs "영업 방침 비하 말아야"
현행법상 '노키즈존' 표시 의무 없어

노키즈존.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매서운 찬 바람에 기온이 크게 떨어진 지난 11일 업무차 들린 강남의 한 카페 분위기는 마치 미술관을 연상케 했다. 가족과 오고 싶은 마음에 카페 직원에게 혹시 아이 동반 방문이 가능한지 물었다. '노키즈존(No Kids)'이라는 표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노키즈존'이라는 대답을 들었지만 다행인건 차디찬 바람을 뚫고 아이와 함께 카페에 왔다가 되돌아가야 하는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트위터, 맘카페 등에서는 '노키즈존 리스트'와 관련한 게시글이 쏟아졌다. 노키즈존 매장 정보를 적은 리스트가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트위터 사용자가 지난 9일 한 카페 점주가 '노키즈존'이라며 입장을 거부한 부모와 아이에게 '테이크아웃'을 권했다는 일화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트위터 사용자는 "비가 많이 오던 날 우산도 없이 옷이 다 젖은 엄마와 아이가 따듯한 빵과 커피를 주문했다"며 "사장님은 '노키즈존이라 계실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모자에게 "테이크아웃은 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 사이에선 "노키즈존으로 못 들어오게 하면서 돈은 쓰라는 거냐" "말 한마디 차이로 기분이 나쁘다"란 의견과 "노키즈카페 사장이 원칙을 지킨 것" "저 상황에선 그냥 나가라고만 할 수도 없었을 듯"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노키즈존'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는 주제지만 '아동 인권 침해'란 입장과 '고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란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엄마들은 적어도 해당 매장이 '노키즈존'인지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와 부모의 헛걸음을 줄이기 위해 노키즈존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을 두고 영업 방해(업무 방해)라는 일부 업주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엄마는 최근 지역 맘카페에 아이들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갔다가 식당 5곳에서 '노키즈존'이란 이유로 입장 거부를 당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떤 곳은 노키즈존인데 포장은 가능했고 노키즈존이란 다른 곳은 직원에 제대로 보지 못해 애를 데리고 (매장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더라"라며 "노키즈존 가보면 표시하지 않고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 카페에 조그맣게 표시돼 있다. 서로를 위해 공유하는게 좋은데 노키즈존 리스트를 공유하는게 영업 방해라고 가게들은 난리"고 주장했다.

2017년 노키즈존을 표시한 구글맵이 화제가 됐었다. 사진=예스노키즈 홈페이지 캡처

생후 12개월 자녀를 둔 이지연씨(34)는 "아이와 헛걸음을 하지 않게 정보를 교환하는 게 왜 영업방해인가"라며 "오히려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홍보가 되고 좋을 것 같은데 왜 숨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일부 업장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음에 온·오프라인에 관련 정보를 표시를 하지 않았다. 기자가 찾아간 카페 두 곳 어디에도 '노키즈존'이라고 써 붙인 곳은 없었다. 2017년 등장한 '노키즈존 지도' 리스트에 오른 매장 중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곳들을 온라인에서 검색해도 '노키즈존'이란 설명을 찾기 힘들었다. 

반면 식당·카페 등 업주들은 일부 부모들의 무개념 행동에 혀를 내두른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노키즈존'만 검색해도 일부 고객들의 횡포에 영업이 힘들다는 글이 쏟아졌다. 

주로 아이들이 매장에서 소리지르고 뛰어다녀도 보호자들이 이를 방관하던가 기저귀를 매장 안에서 갈거나 개인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는 행동 등에 대한 지적이다. 아이들의 소음에 다른 손님이 불편해하거나 집기를 더 달라고 하는 등 요청사항도 일반 손님의 배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키즈존으로 전환하는 업장도 적지 않다. 일부 업장이 노키즈존이란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는 건 운영 방침을 반대해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부 고객들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키즈존 식당 X먹이는 법'이라며 '노쇼(예약 취소 없이 오지 않는 손님)'를 권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B씨는 "노키즈존 리스트는 점주나 고객, 서로에게 편의를 높여준다고 본다"며 "하지만 노키즈존 방침에 대해 매장을 비하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동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 카페 점주가 SNS에 노키즈존 전환을 알리는 공지를 올렸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그렇다면 업주가 노키즈존으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운영할 경우 이같은 정보를 명시해야 할까. 사실 현행법상 업주가 노키즈존 운영 실태를 고지할 의무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상으로는 시설 기준에 '노키즈존'을 꼭 표시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식품을 판매하는 음식점, 카페 등은 식품위생법 제37조에 따라 영업 허가 또는 영업 신고를 해야 하지만 '노키즈존'이란 사실을 표시하는 건 '자율'인 셈이다. 

하지만 업주가 '노키즈존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한 고객을 업무 방해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변호사 A씨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형법상 리스트 자체만 봤을 때) '노키즈존'이 아닌 곳을 '노키즈존'이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누군가를 속인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을 공유한 게 위력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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