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보다 바지’ 졸업앨범이 변하고 있다

‘원피스보다 바지’ 졸업앨범이 변하고 있다

모 대학 졸업사진 촬영 현장.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 최근 대학가는 졸업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9월 중순 연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에서 졸업사진 촬영을 마쳤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는 홍익대, 성신여대, 중앙대 등 여러 대학에서 졸업사진 촬영이 예정돼 있다.

과거 원피스나 치마 일색이던 여대생들의 졸업사진 의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지 정장을 입고 찍는 여학생이 늘고 있다. 지난 15일 졸업사진을 촬영한 서울의 한 대학. 형형색색의 바지 정장을 입은 학생들이 캠퍼스 내 잔디밭, 계단에 편하게 앉아 밝은 표정을 지었다. 

포털 사이트에 ‘졸업사진’을 검색하면 바지 정장을 맞춰 입고 촬영한 이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스튜디오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에는 “색다른 분위기와 포즈로 졸업사진을 찍기로 했다”는 글과 함께 바지를 입고 자유로운 자세를 취한 사진이 올라왔다.  

졸업사진을 찍은 학생들은 치마보다는 바지가 자신의 정체성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졸업 앨범 촬영을 마친 윤아영(23·여)씨는 “사진관에서 본 모델 사진은 전부 원피스를 입고 있다. 대부분 한쪽 다리를 꼬고,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있다”라며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지 정장을 빌렸다.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다리를 뻗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라고 전했다.

바지 정장을 입고 찍은 졸업사진에 만족했다는 대학 졸업생 김다운(24·여)씨는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여성의 이미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라며 “다른 비슷비슷한 졸업사진보다 개성 있으면서 멋지고 당당한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 의상 대여점 관계자들 역시 바지 정장을 찾는 여학생이 느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의 한 의상 대여점 관계자는 “졸업사진 촬영 의상 대여를 위해 찾은 여성 중 정장 원피스나 투피스를 찾는 비율이 아직은 높다”면서도 “대략 3~4년 전부터 졸업사진 촬영용으로 바지 정장을 찾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의상 대여점 관계자는 “이전보다 바지 정장을 찾는 여학생들이 확실히 많다”며 “바지 정장은 평소에 흔히 입기 어려워 졸업생들이 찾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여학생들이 원피스나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과거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라며 “남녀 성차가 깨지고 있는 세태가 졸업사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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