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6시, 서울 종각역. 술집 앞에서 4명의 남성이 서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들은 거리에서 ‘2차 장소’를 논의했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 다른 남성은 “그냥 모텔 가서 술을 더 마시자”고 이야기했다. 청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넷이서 놀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6시 12분, 청계천 주위 한 편의점에서 4명의 남녀가 나왔다. 손에는 묵직한 봉투가 들려 있었다. 청계천으로 향하던 이들의 걸음이 멈췄다. 비가 내려 청계천 입장이 금지된 탓이다. “그냥 2명씩 따로 앉아 있다가 가자” 잠시 고민하던 이들은 인근 술집으로 들어갔다.
방역 수칙 위반은 곳곳에 있었다. 종로3가의 한 술집 야외 테이블에서는 노년 남성 4명이 술을 마셨다. 테이블은 2개로 나눠져 있었지만 간격은 좁았다. 사실상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것과 다름없었다. 또 다른 골목 구석에서는 남성 3명이 바닥에 앉아 술판을 벌였다.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이모(32)씨는 최근 한 동료의 집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가졌다. 모임 인원은 8명이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술도 마셨다. 자정까지 시간을 보냈다. 이씨는 “방역 수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지만, 동료가 퇴사하는 날이라 어쩔 수 없이 모였다”며 “거리두기를 해도 확진자는 계속 늘지 않나.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최모(35)씨는 “오후 10시 이후 일이 끝난다. 업무를 끝내고 저녁을 먹는데 식사할 곳이 없다. 동료들과 집에서 모여 식사하는 일이 늘었다”면서 “3인 이상 집합금지된 후 잡힌 모든 약속은 대부분 방역수칙을 어긴 만남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업무를 마친 후 직장 동료들과 종종 모텔에서 술을 마신다는 이모(28)씨는 “어차피 마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마신다. ‘셧다운’을 하지 않는 이상 소용없다”며 “사람 많은 술집에서 마시느니 모텔에서 소규모로 마시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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