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원이 영화 ‘초능력자’를 찍고 군대로 입대를 하던 날 충무로에서 통곡 소리가 들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강동원이 돌아왔다. 영화 ‘군도’(감독 윤종빈)의 악역 ‘조윤’으로.
윤종빈 감독은 ‘군도’ 개봉 전 제작발표회에서 “강동원을 전부터 눈여겨봤다. 팬이었고, 강동원에게 출연을 부탁했을 때 승낙해 줘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전작 ‘범죄와의 전쟁’이 선이 굵은 남자들의 이야기로 호평 받은 수작이었기에 강동원과의 만남은 의외였다. ‘형사’ ‘전우치’ 등으로 사극 영화에 출연한 강동원이었지만 윤종빈 감독과의 궁합은 어땠을까.
‘군도’를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탄탄한 이야기 줄기를 만들어 내면서도 세밀한 소품까지 놓치지 않는 윤 감독인지라 각각의 캐릭터들의 매력은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조윤은 발군의 캐릭터다. 서얼 출신으로 무관의 관직까지 겸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다. 적자인 남동생이 죽자마자 한양에서 관직을 내던지고 돌아온 조윤은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나주 사람들을 착취하고, 고혈을 빨지만 그의 눈동자는 고통 받는 백성은 아랑곳없이 아버지에게 고정돼 있다.
윤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군도’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조윤에 대해 “단순한 오락영화였다면 (당위성 없이) 나쁘게만 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착한 사람은 왜 착한지 설명할 필요가 굳이 없지만, 악인에 대해서는 왜 나쁜지 설명하는 순간 작품 속의 ‘세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조윤은 윤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다. 초반에 등장한 후 작품의 중후반에서야 다시 볼 수 있는 조윤의 그림자는 작품 내내 드리운다. 주인공 무치(하정우)를 발로 밟은 후 내려다보는 조윤의 컷은 존재감을 관객에게 각인한다. 중후반 부분, 전투를 하다가 상투가 잘려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검을 흩뿌리는 조윤의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다. 윤 감독은 해당 장면을 “조윤이라는 인물이 가장 악랄하게 보이면서도 인물 자체가 변화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윤 감독이 강동원이라는 배우, 조윤이라는 캐릭터에게 들인 공도 이 장면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강동원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면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죽하면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원은 하정우와 다른 기법으로 촬영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다. 윤 감독은 “그렇지는 않다”고 웃음으로 일관했다.
‘군도’는 오는 23일 개봉된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