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황망한 항구에서 영정사진 들고… 잊혀진 일반인 사망자들의 추모

[세월호 침몰 참사] 황망한 항구에서 영정사진 들고… 잊혀진 일반인 사망자들의 추모

[쿠키 사회] “바다는 꼴도 보기 싫었는데, (남편이) 그렇게 좋아했으니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주려고….”

지난 25일 인천항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망한 A씨의 부인과 아들이 찾아왔다. 아들 손에는 아버지의 영정 사진이 들려 있었다. 사진 속 아버지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바다 앞에 섰다.

“잘 가요, 아버지.” 아들은 마치 대화를 나누듯 사진 속 아버지에게 속삭이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곤 아버지가 볼 수 있도록 바다를 향해 사진을 들었다. 옆에서 유골함을 껴안고 있던 부인과 다른 아들은 눈물만 흘렸다. 그 아들은 “이 상황이 꿈만 같다”며 “아버지가 바다를 많이 좋아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유가족은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진도 앞바다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아직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바다 속 단원고 아이들을 지켜달라는 뜻이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아들은 “진도 바다까지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를 삼킨 바다를 보여드리는 건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살아 생전 마지막 행복했던 모습으로 배를 탔던 인천항을 보여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지만 단원고 학생이 많다보니 일반 희생자 유족들은 이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양장(海洋葬)’을 치르기 위해 인천항을 찾는 가족들도 있다.

27일에는 검은 상복 차림으로 70대 남성의 영정사진을 든 가족들이 인천항에 왔다. 이날 인천항에는 전날 정박 중이던 예인선이 침수되면서 유출된 기름 냄새가 진동했고 가는 빗방울도 흩뿌렸다. 아들과 딸, 손자·손녀 등 가족 7명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여섯 살 손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듯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바다에 과자를 던지곤 갈매기가 모여드는 모습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최근 친구를 떠나보낸 박모(32·여)씨 일행도 이날 인천항을 찾았다. 박씨의 친구는 세월호 희생자는 아니지만 평소 바다를 무척 좋아해 해양장을 치르러 이곳에 왔다. 인천 앞바다에 친구 유골을 뿌려주기 위해 배를 빌린 그는 “평소 마음 씀씀이가 넓었던 친구라서 이곳에서 배를 탄 아이들을 하늘나라에서 만나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라며 “친구를 마지막으로 묻는 곳이 사고 현장이라 친구의 죽음이 더 슬프다”고 말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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