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유람선 침몰] "아마추어 행정의 끝을 봤다"… 미숙한 사고수습 분노만 키워"

"[진도 유람선 침몰] "아마추어 행정의 끝을 봤다"… 미숙한 사고수습 분노만 키워"

[쿠키 사회] 정부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행정을 보여 줬다. 사고 초기 대응은 더디고 혼란스러웠다. 지휘체계가 엇갈리면서 정보의 혼선이 빚어졌고 현장을 장악하지 못해 숱한 오해가 빚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커먼 바다에 잠겨있는 피붙이 걱정으로 속이 타들어갔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했다.

①실종자 가족 분노 키운 브리핑 시스템

18일 오전 11시쯤 여객선 세월호가 뱃머리 부분마저 잠겨 완전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월호는 전날까지만 해도 썰물 기준 선수 부분이 2~3m 수면에 노출됐고 20~30m 길이 선체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경이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선체에 최초 공기주입을 시도한 뒤여서 실종자 가족들은 ‘에어포켓마저 끝난 것 아니냐’는 걱정을 쏟아냈다.

가족들은 “(정부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을 없앴다. 배를 가라앉힌 거다. 살인자들…”이라며 분노했다. 가족들의 속이 다 타들어갈 때 쯤, 해경은 2시간이 지난 오후 1시10분에야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현장사무소에서 “공기를 주입하니까 배가 측면으로 기울었다. 만조와 가까운 상태여서 완전 침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불친절은 사고 초기부터 계속됐다. 현장 상황을 알려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비를 들여 배를 구한 뒤 사고해역으로 나갔고, 직접 민간인 잠수부를 접촉해 사고 해역 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②오락가락 사망자 발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새벽 김민지양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 주검을 목포에서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송했다. 소식을 들은 김양의 부모는 부리나케 안산으로 올라갔지만 시신이 김양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목포로 돌아갔다. 중대본은 현재 시신을 신원미상으로 정정하고 유전자(DNA) 검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본은 전날도 사망자 신원을 정정했다. 중대본은 “당초 경기 안산 단원고 ‘박영인 학생’으로 알려진 사망자가 같은 학교 ‘이다운 학생’으로 부모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조팀은 사망 학생 주머니에서 발견된 학생증 이름을 근거로 시신을 ‘박영인’으로 발표했으나 보호자가 아들 얼굴이 아니라고 확인하자 시신을 다시 살피다 다른 주머니에서 ‘이다운’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찾았다. 중대본은 ‘박성빈 학생’ 역시 부모 확인을 통해 ‘신원미상’으로 수정했다.

③거짓말 논란

해경은 전날 오후 12시30분쯤 “침몰된 여객선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해 실종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은 해경의 발표에 다시 희망을 걸었고 진행 상황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준영 해수부 어촌양식국장은 오후 “침몰 여객선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장비들이 오후 5시에 도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종자 학부모들은 “어제 밤에도 두 차례 산소 공급이 됐다고 해놓고 이게 다 거짓말이란 말이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발표 현장에서 학부모들과 관계자들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④대통령 오고 나서야 움직이는 공무원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전날 오후 9시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팽목항을 처음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과의 대화를 갖은 자리에서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린 직후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김 청장에게 “왜 이제야 나타나느냐”며 “야간인데 현장에서 조명탄을 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김 청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부하에게 전화를 건 뒤 “분명히 조명탄을 쏘라고 지시했는데 왜 안하느냐, 조명탄을 쏘고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받고 민간 잠수부 투입도 현장에서 직접 지시했다. 이날 밤 조명탄 377발이 발사됐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3시쯤 시신 7구가 팽목항으로 들어오면서 현장이 어수선해지자 자리를 떴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 6시쯤 “분명히 (김 청장이) 하루 종일 같이 있겠다고 말해 놓고 사라졌다. 민간 잠수부 투입 이후 소식이 없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팽목항에 다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전날 박 대통령 지시 이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에 사고해역 현장 상황을 볼 수 있는 CCTV를 설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상황을 보고 싶다고 사고 첫날부터 상황실에 있던 참모 및 관계자들한테 줄기차게 건의했는데 들은 체도 안했다”며 “대통령이 한마디하고 지나가자 바로 설치하는 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⑤오락가락 행정시스템

정부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 수사 상황에 대한 첫 브리핑 계획을 기자단에 알렸다. 첫 브리핑임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 합수본이 있는 목포해양경찰서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 같은 계획을 알지 못했다. 검찰은 본래 목포해경에서 브리핑을 할 계획이었지만 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목포지검으로 브리핑 장소를 옮겼다고 한다.

부처간 정보 혼선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계속됐다. 사건 발생 첫날인 지난 16일 정부는 즉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중대본을 가동했다. 중대본은 당일 숱한 오보를 쏟아냈다. 당일 중대본의 첫 발표는 ‘368명 구조’였다. 가족들이 희망을 품고 생존자 명단을 기다리는 사이 중대본은 구조자 숫자가 160여 명이라고 뒤집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해경과 중대본 발표를 믿고 ‘학생 전원 구조’ 소식을 학부모에게 알렸다. 중대본은 “민간, 군·해경 등 여러 구조주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⑥유족은 안되고, 국회의원은 되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54) 의원은 지난 16일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갔다가 비판을 받았다. 당일 사고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해역 접근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경은 그러나 당일 밤늦게 도착한 이 의원과 보좌관 3명을 곧바로 경비정에 태워 사고해역으로 보냈다. 이 의원은 전날 “현장에서 ‘구조팀이 유류방제작업만 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있어, 구조요원 16명, 학부모 대표 2명과 함께 사고해역으로 간 것”이라며 “사고해역에서 나올 때는 학부모 20명과 함께 나왔다”고 해명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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