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백화점 어린이집, 원장 등 86명 입건…버려진 배추시레기로 국 끓여 먹이기도

비리백화점 어린이집, 원장 등 86명 입건…버려진 배추시레기로 국 끓여 먹이기도



[쿠키 사회] 현직 구의원인 이모(51·여)씨는 1993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7∼8년 전부터 5곳을 신설했다. 이씨는 2004년부터 어린이집연합회장을 6년간 지냈고 이를 발판으로 구의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씨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이씨는 2010년 1월부터 부족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특별활동비나 식자재비를 부풀려 결제하고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3년 동안 2억2700만원을 상습적으로 횡령했다.

어린이집 원장 정모(49·여)씨는 지난해 11월쯤 배추 집하장에 버려진 배추시레기를 다량 구입해 끓인 국을 아이들에게 먹였다. 예정된 식단표는 그저 보여주기용에 불과했다. 또 지난 2월 18일에는 유통기간이 3일이나 지난 생닭을 조리사가 버리려고 하자 “아무 이상 없다”며 조리를 하라고 강요했다. 조리사가 계속 항의하자 정씨는 조리사를 해고하고 어린이집연합회 블랙리스트에 조리사 이름을 올려 재취업을 막았다.

정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린이집 지출결의서 작성 시 첨부하는 이체확인서를 은행 인터넷상에서 다운받은 전표로 허위 작성하고 지출돼야 할 금액은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렸다. 정씨는 이렇게 해서 2010년 1월부터 국고보조금 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7일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국고보조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사기 등)로 어린이집 원장 정씨 등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허위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이를 알선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보육교사원장 안모(50·여)씨 등 3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원장 55명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강남권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특별활동비, 간식비, 음식재료비 등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300억원가량을 횡령했다. 이들은 무자격 보육교사를 정식 담임교사로 등록한 뒤 국고보조금을 빼돌리거나 운전기사, 도우미를 채용한 것처럼 꾸며 국고보조금을 챙겼다.

자격증 없는 보육교사가 담임교사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짜 자격증이 발급됐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에서 보육교사교육원을 운영하는 안모(50·여)씨는 1인당 200만∼320만원의 뒷돈을 받고 가짜 자격증을 발급해 이를 의뢰한 어린이집에 전달했다. 비리 원장들은 이 자격증을 이용해 교사 1인당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정황도 포착됐다. 정씨가 운영한 ‘○○키즈’에서는 돌도 안 된 영아가 많이 운다는 이유로 통원차량 라디오 음량을 크게 틀거나 방안에서 이불로 덮는 등 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식자재를 차로 구입해오면 유아들에게 건물 1층부터 4층까지 식자재를 나르게 강요했다. 정씨는 부모들이 식자재 운반에 대해 항의하자 ‘운동해서 좋고 아이들도 좋아해 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물의를 일으킨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당국에 일벌백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연합회 박천영 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보육료 현실화와 재무회계규칙의 합리화, 기본 보육료 지급방식 변경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비리를 일으킨 것은 인정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리 구조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어린이집은 모두 민간 어린이집이며 비리가 확인된 업체만 700군데가 넘는다”며 “관리·감독만 강화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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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smshin@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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